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란 특검이 청구한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이 3일 법원에서 기각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근거 없는 내란 몰이가 막을 내렸다”며 강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준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하지만 1년 전 비상계엄을 놓고 당대표, 원내대표, 소장파 의원 등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새벽 추 의원이 풀려나자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다리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이 독재를 이겼다”고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장 대표는 “반헌법적·반민주적 내란 몰이를 멈추지 않으면 국민이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내란 특검은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추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이제 정치 탄압, 야당 탄압은 중단하고 민생을 지키는 일에 집중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계엄 1주년인 이날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었다”며 사과했다. 초·재선 의원들이 주도한 선언에는 안철수·김성원·송석준·신성범 등 중진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별개로 의원 약 40명은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리는 등 개별적으로 사과했다. 유용원 의원은 “비상계엄이 군(軍)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줬다”며 “장병들과 국민께 참회의 마음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계엄 사태 전후로 당을 이끈 한동훈 전 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권영세·김용태 의원도 사과 메시지를 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아 “국민이 ‘이제 그만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중진으로서 계엄을 막지 못한 점에 깊이 반성한다”고 했고, 김 의원도 “계엄은 보수 가치에 배치되는 극단적 행위로,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 또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사과에 앞서 “지난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또는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대표해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작년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는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107명 의원을 대표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 같은 장 대표의 메시지를 두고 당내에선 “계엄이 정당했다는 것이냐”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김재섭 의원은 “우리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면 당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12·3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 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 수호 책무의 결연한 이행”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전 ‘친윤계’로 불렸던 의원들을 포함해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 대부분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