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인천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뉴스1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계엄 사과 여부 등을 놓고 당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가운데 1일엔 의원뿐 아니라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異見)이 터져 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등 당 안팎의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됐다.

장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민생 회복 법치 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자체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을 ‘과거’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지도부 인사는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비상계엄은 계몽이 아니라 악몽(惡夢)이었다”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계엄)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자들의) 울분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벌 받을 일”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회의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107명) 중 30명 안팎도 당 지도부가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의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권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분명하게 국민께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가야 한다”고 했다.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양향자 최고위원이 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다 저지당하고 있다. 2025.11.6/뉴스1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를 둘러싼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해 9~11월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들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이다. 장동혁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논란이 제기된 지 일 년이 지난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친한계인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필요성을 공감하기 힘든 당무 감사로 당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진실에 관한 인식 차이가 너무 많아서 여러 분란이 되니 한 번은 털고 가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원 게시판 조사는) 당무감사위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지도부와의 교감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한 전 대표 측에선 “장동혁 대표가 한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당이 1년째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늪 안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계엄 직후 국민의힘에선 당시 한동훈 대표뿐만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이라면서 “국정 혼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대선, 특검 수사, 신임 당대표 선거 국면에서 대여 투쟁을 강조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지도부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원들 모두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상황”(수도권 의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 대표가 지향하는 ‘지지층 결집’ 전략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하는 보수층이 오히려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의 1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47%로 나타났다. 10월 5주차 조사에서 54%였던 것이 한 달 만에 7%포인트(p) 가량 하락한 것이다. 해당 조사 응답자를 이념 성향별로 보면 전체 1003명 중 보수가 29.6%(297명), 중도가 33.7%(338명), 진보가 25.2%(253명), 나머지는 모름 또는 무응답이었다.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 철회 경향도 뚜렷하다. 한국갤럽 11월 4주차 조사에서 중도층 가운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5%로, 중도층 중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45%)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先)결집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강성 지지층에만 소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은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행태로는 전통적 보수층이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