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인세율과 교육세 인상 문제를 두고 막판 협상을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박수영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송언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정태호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었다. 정부, 여당은 막판까지 야당이던 민주당을 설득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웠다. 여야 합의 없이 예산안이 통과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검찰·경찰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액 삭감했고, 정부 예비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기초 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 R&D 예산 역시 815억원 감액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에서 특활비도 부활시키고 정부 예비비도 증액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강조하며 R&D 예산도 대폭 늘렸다. 국민의힘은 “직전 정부 예산안 협상 당시 일부 민생 예산 증액까지 다 깎아 버렸던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에도 여야 합의 없는 예산안을 밀어붙인다면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처리는 다수당의 횡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예결위는 이달 17일부터 소위원회를 열고 728조원 규모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왔다. 그중 1211억원 규모를 감액하고 196억원 규모를 증액해 1015억원을 순감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100여 건 예산 항목은 소소위로 넘겼지만, 재보류를 거듭하며 여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예결위는 여야 지도부 협상으로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이날도 여야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지원 등 재정 투자 사업을 ‘삭감 1순위’로 지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1조1500억원의 국비 지원액, 정부 주도로 민관이 미래 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1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체결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후속 조치로서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1조9000억원 규모 ‘대미 투자 지원 정책 금융 패키지’ 등도 감액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구체적인 경제 발전 방안 제시도 없이 국가 채무를 급격히 늘리면서 각종 현금 살포와 펀드 출자 사업에만 집중한 무책임한 예산안”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멱살잡이 아닙니다, 먼지 떼어주는 중입니다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주고 있다. 이들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법인세율, 교육세 인상 문제 등을 두고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에 들어간 대통령실 특활비, 정부 예비비 등에 대해서도 “내로남불 예산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특활비로 82억5100만원을 편성했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격려금·축의금·조의금·전별금이나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국가안보실의 보안 활동 등에 쓰인다. 민주당은 작년 11월 예산 심사 당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특활비에 대해선 “불필요한 쌈짓돈” “없어도 국가 운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예산안 82억원을 전액 삭감했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때 절반(2조4000억원)이나 삭감했던 예비비를 내년도 예산안에는 4조2000억원 규모로 복구시켰다. 국회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년 수준의 삭감 규모인 4조~5조원 감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을 정부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시키는 전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상 예결위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은 11월 30일이다. 여야가 그때까지 합의를 못 하면 예산안은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박지혜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예결위 합의 처리 시도를 하겠다”면서도 “어려우면 정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그 이후에 수정안을 상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정부 첫 예산인 만큼 끝까지 야당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번 주말 원내 대표단을 중심으로 여야 간에 쟁점 예산에 대한 합의 처리를 시도하는 협의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근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예산으로 채택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작년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에 이어 이번에도 여야 합의 없는 예산안은 국정에도 부담”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여야가 비공개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특히 여야 간 지역 민원성 쪽지 예산 등을 밀어넣으며 타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결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작년에 지역 예산을 못 챙겨 올해는 꼭 필요하다. 쪽지 예산을 내미는 의원도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