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정치권의 눈이 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정치권에선 법원이 추 의원 구속 영장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국은 격랑에 휩싸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 의원 영장이 발부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해산’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국민의힘은 초강경 대여 투쟁으로 대응해 정국이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은 사법부로 화살을 돌리며 연말 ‘사법부 몰아치기’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동조 세력’ 프레임에 갇혔던 국민의힘은 한숨을 돌릴 여지가 생기나, 계엄 등과 관련한 당내 전략 수정 여부를 두고 당분간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추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가담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내대표로서 통상적 활동과 발언을 억지로 꿰맞춰 영장을 창작했다”고 했다. 또 “특검은 계엄 공모를 입증하지도, 표결을 방해받았다는 의원을 특정하지도 못했다“며 ”악의적인 정치 공작 수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사과하세요” “윤석열과 무슨 통화를 했냐” “뻔뻔해” “계엄 옹호 발언”이라고 하는 등 본회의장엔 고성과 야유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추 의원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추 의원 영장 실질 심사가 12·3 계엄 1주년 무렵 열리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추 의원 영장이 발부되면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 해산’ 프레임을 이어갈 강한 동력을 얻게 된다. 내란에 동조한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청래 대표는 “추 의원의 죄가 확인되면, 국민의힘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해왔다.
정 대표는 전날엔 추 의원 행동에 동참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내란 공범’에 해당될 것”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은 아직 추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은 피의자로 수사하진 않는다고 한다. 다만 야권에선 “내란 특검이 여당에 보조 맞춰 막판 ‘추경호 원내대표단’ 기소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영장 발부 즉시 “야당 탄압”이라며 대여 투쟁에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말살을 위한 악의적인 정치 공작”이라며 “추 의원 영장 내용은 몇 개의 퍼즐 조각을 갖다 모아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영장이 아닌 한 편의 공상 소설”이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선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까지 불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산안, 민생 법안 처리까지 보이콧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계엄 문제 해결에 대한 당내 시각 차이가 큰 만큼, 당내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면 야권과 법조계에선 “추 의원 영장은 발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추 의원 영장을 기각할 경우, 올 연말 민주당의 사법부 공격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불허했던 ‘지귀연 재판부’나 내란·해병대원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영장 전담 판사들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사법 행정 TF는 지난 25일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의 방안도 냈다. 법조계에서 “여권이 법관 인사를 장악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란 비판을 받는 안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법’ ‘재판 소원(4심제)’ ‘내란 전담 재판부’ 등 사법부 장악 입법을 하겠다고도 공언한 상태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12월엔 사법 개혁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희대 사법부’도 내란 동조 세력이라며 내란 프레임을 더 세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여권의 여론전에 어느 정도 비켜갈 여지가 생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영장이 기각되고 민주당 내란 몰이가 종식되면,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진정한 내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계엄 사태와 관련한 당내 노선, 전략을 두고 당분간 당내에서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