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 후보 경선 룰(규칙)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심(黨心)을 더 반영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27일 국민의힘 서울 당협위원회 위원장들은 “중요한 것은 지지층 결집이 아니라 민심에 다가가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당이 축소 지향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위원장 나경원 의원)이 경선 룰 개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기획단은 당원 투표 50%,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경선 룰을 당원 70%,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22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의 넓이를 알지 못한다”며 “민심은 뒤로한 채 당심 우선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조은희(서초갑)·고동진(강남병)·김재섭(도봉갑)·박정훈(송파갑) 등 현역 의원을 포함, 서울 당협위원장 44명 가운데 절반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보수층에서 47%, 중도층에서 13%로 나타났다. 민심과 당심이 분리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룰 변경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역사적으로 당이 민심 반영 비율을 높였을 때 늘 좋은 결과가 있었고, 반대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였을 땐 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민심 반영 비율을 100%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국민의 상식으로 나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당이)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다가도 선거가 다가오면 확장 지향으로 가는 입장을 취한다”면서 “지금은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당원 지향적’ 경선 규칙 변경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6일 경북 구미에서 “최종적으로는 공천관리위에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저는 당대표로서 당성(黨性·당을 위한 충실한 태도)을 강조해 왔고, 당원의 권리 확대도 약속해 왔다”고 했다. 경선 룰 개정은 당헌·당규 개정 사항으로, 최고위원회·전국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원 투표 비율이 확대되면 전통 지지층 지지를 받는 후보가 유리하고, 중도 지향적인 후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당원 관리를 하는 현역 의원이 출마 시 유리한 면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공직 후보를 내놓을 때는 우리 당의 후보를 내놓지만 또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5대5를 7대3으로 하자면 당내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북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선 룰 개정을 주장한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조직 기반이 약한 만큼 당의 조직력을 국민 속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당심과 민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 당심 안에는 이미 민심이 녹아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지만,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은 이날까지도 경선 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