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5선·서울 동작을) 의원이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당원 투표 70% 반영으로 변경하기로 한 데 대해 “당원의 마음은 우선적으로 경청해야 할 민심”이라고 26일 밝혔다. 종전까지 국민의힘은 지선 경선에서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반영했는데, 최근 기획단은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수도권 의원 중심으로 “민심(民心)에 역주행한다”는 반발이 제기되자, 기획단 위원장인 나 의원이 “더 이상 민심이란 말로 당원들을 폄훼하지 말라”면서 맞대응한 것이다.
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당의 기초 체력은 결국 당원”이라면서 “당원이 흔들리면 당이 뿌리째 흔들리고, 뿌리 없는 나무는 성장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조직 기반이 약한 만큼, 당의 조직력을 국민 속으로 확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나 의원은 “당심과 민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 당심 안에는 이미 민심이 녹아 있는 것”이라며 “당원은 국민의 일부이며 국민과 등 돌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런 나 의원이 위원장인 기획단에서 경선에서 당심(黨心) 비율을 높이는데 대해서 당내에선 “심판이 선수로 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선 기존 룰대로 50:50 적용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른 지방선거 경선에선 당원 70% 원칙을 반드시 관철하길 지도부와 향후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에 강력히 당부한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민심을 외면하면 지방선거에서 필패”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조은희(재선·서울 서초갑)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당심 70% 경선 규칙은 민심을 외면한 자충수”라며 “우리 당이 작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지역에 당심 70%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조 의원은 “일부에서는 당심 강화가 민심과의 단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지방선거는 당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민이 심판하는 진짜 민심의 장(場)”이라면서 “지금 우리 당은 뿌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토양인 민심이 메말라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심 과대평가가 아니라 민심 회복”이라며 “‘개딸당(더불어민주당)’ 따라 하기가 아니라 국민의 바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윤상현(5선·인천 동-미추홀) 의원은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고 했다. 또 “지금처럼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큰 시기일수록 우리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겸허하게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초선·경기 포천-가평)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로 해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를 내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선 규칙 변경안이 최고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라오면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선 규칙 변경은 당헌·당규 개정 사항으로, 최고위 의결 등을 거쳐야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