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는 체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12·3 계엄 1주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청산’ 프레임으로 국민의힘 해산까지 거론하자 지지층 결집을 강조한 것이다. 당내에선 공천에서 당성(黨性·당을 위한 충실한 태도)을 중시하고, 당원 의견을 더 반영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지방선거 재도전이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제는 계엄 옹호 세력과 단절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과 부산은 내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장 대표는 24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전국 원외(院外) 당협 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을 우리의 싸움터로 끌고 와서 체제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은 민주당인데 왜 우리가 뒤로 물러서야 하느냐”며 “우리가 고개 숙이면 목을, 허리 숙이면 허리를, 엎드리면 밟아서 짓이기는 것이 민주당”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 정권이 사회주의 독재 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말하는 체제 전쟁은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이재명 정부와의 전쟁이지, 계엄을 옹호하는 이른바 ‘윤 어게인’ 측의 체제 전쟁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천에서도 ‘당성’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기획단은 현재 당원 50% 대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후보 경선 규칙을, 당원 70% 대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하는 방안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당 지도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계엄 이후 당 주류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던 인사들은 공천이 어려워진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중도는 실체가 없고, 선거가 임박하면 결국 양 진영으로 흡수된다는 인식을 지도부 상당수가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천 예비 경선(컷오프)에선 당원 조사 100%를 적용하지만 주요 후보자끼리 맞붙는 본경선에선 당원 50% 대 일반인 여론조사 50%로 평가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주요 후보들은 당 지도부에 “과거와 단절하고, 지금이라도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승리 방정식은 명확하다. 합리적인 보수 세력과 함께했을 때 국민의힘은 이겨 왔다”면서 “당 핵심 지지층에 호소해 왔던 장동혁 대표가 외연 확장 전략을 편다면 명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 허상론’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수도권 선거는 중도층을 어떻게 우리 쪽으로 견인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올 연말까지는 ‘이준석 개혁신당’을 포함한 중도·보수가 함께할 수 있는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본지에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이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에겐 계엄조차도 정당화하려는 지지층이 있는데, 이들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도 외연 확장과 관련해서도 박 시장은 “대한민국 선거사(史)에서 늘 중도층은 20% 안팎을 차지해 왔다”면서 “이제 결집은 될 만큼 됐으니, 이제는 합리·상식을 존중하는 세력들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이준석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 등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주류(主流)는 4050세대가 지지하는 민주당으로 넘어간 지 오래”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체제 전쟁’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은 항복 선언과 다름없는 주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