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판검사가 법을 왜곡 적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 법안 등 법원·검찰 압박 법안들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무더기 상정됐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법 왜곡죄 법안 등을 곧바로 처리하진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쟁점 법안 처리를 자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오전 법사위 소위를 열고 법 왜곡죄 법안(형법 개정안), 대법관·헌법재판관·검찰총장이 퇴임 후 3년간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검사들이 퇴직한 후 3년 동안 출마하지 못하게 한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상정했다. 법 왜곡죄의 경우 대장동·쌍방울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조작 기소’했다며 처벌하고, 내란 사건 재판부도 압박하겠다는 민주당 뜻이 담긴 법안이다.

민주당은 이날 평소와 달리 법안을 일방 처리하지 않은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국민의힘과 충돌하지도 않았다. 이는 원내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중에는 순방 내용과 성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을 시작으로 7박 10일 일정의 중동·아프리카 4국을 순방 중이다.

앞서 김병기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이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꼭 당에서 이상한 얘기를 해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순방 일정 중 정청래 대표나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사법부·검찰 등을 압박하면서, 대통령 순방 성과가 사법 이슈에 묻혔다는 것이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고발하자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 원내대표가 ‘내란 전담 재판부’ 처리 문제를 묻는 지지자 문자에 ‘당·정·대가 긴밀히 소통해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의견을 빙자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일부 의원의 주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답장한 문자 메시지 사진도 올라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가 끝나면 연말에 사법 관련 쟁점 법안 처리를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 1소위에서 혐오·차별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이 대통령도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던 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