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A급이다”라며 추켜세웠다. 정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이 악수를 청할 땐 두 손으로 이 대통령 손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실이 전날 민주당의 ‘재판 중지법’ 추진 방침에 강하게 제동을 걸며 사실상 정 대표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자, 정 대표가 몸을 한껏 낮췄다는 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전남 순천 아랫장에 갔을 때 어느 상인께서 하신 말씀이 ‘APEC이 A급이여~’라고 하셨는데, 오늘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과 태도도 역시 A급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오늘의 포토제닉’이라며 사진 한 장도 올렸다. 이 대통령의 오른손을 정 대표가 두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은 정면,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담겼다.

정 대표는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환담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이 환담 장소에 들어서자 “박수”라고 말하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다 정 대표 차례가 오자 “대표님, 애쓰신다”면서 오른손을 건넸다. 정 대표는 두 손으로 이 대통령 손을 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이 대통령을 향한 정 대표의 이날 반응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전날 ‘재판 중지법’과 관련해 “입법은 불필요하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공개 발언한 직후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외교·코스피 등 성과를 홍보할 기간에 ‘정청래 지도부’가 굳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킨다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 강성 지지층도 정 대표를 향해 “국정 발목을 잡지 말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대통령을 높여주면서 명·청 갈등설을 가라앉히려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 상황을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의 전날 입장 발표에 대해 “정청래 대표를 향한 경고성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재판 중지법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똑같았다”며 “정청래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재판 중지법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강성 지지자들은 이날도 정 대표 유튜브 채널에 몰려가 “대통령 발목 좀 그만 잡고 집권 여당 대표답게 행동해 달라”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