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백악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3일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가 바로 이재명 정권의 ‘실용 외교’”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 시트(Fact Sheet)’도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이재명 정부가 협상 내용 발표하고 돌아서자마자 미국에선 곧바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어 “미·일은 모든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고 정상 간 서명까지 마쳤고, 미국과 중국 간 팩트 시트도 공개됐다”며 “우리 정부는 합의 사항을 왕관에 새기고 야구 배트에 찍힌 도장으로 서명을 끝낸 것이냐”고 비꼬았다.

장 대표는 “한·중 정상회담도 사진만 있고 정작 중요한 공동 성명은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현안에 대해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성과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실용 외교가 국민을 속이고 둘러대기 편한 외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진정한 실용 외교는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성과로 증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화려했던 국제 외교 무대의 막이 내렸고 이제는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국익이 걸려 있던 관세 협상 내용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소상히 공개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특히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정부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협상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다음날 미국은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31일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불과 석 달 만에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합의가 된 것처럼 표현을 애매모호하게 바꿔 버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송 원내대표는 “EU와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관세율 15% 상한을 약속받았는데, 대만이 만약 15%를 다소 초과하는 관세율로 결정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최혜국 대우(관세율 15%)냐, 아니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15%보다 높고 대만과 같은 수준의 관세율) 약속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철강 관세에 대해서도 “2024년 기준 대미 철강 수출은 29억 달러로 전체 철강 수출의 13% 수준인데, 지난 5월 기준 관세 50%를 부과받자마자 전년 대비 16% 급감했다”며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철강 문제는 아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렇게 가면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고, 설령 마스가(MASGA·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가 정상 추진되더라도 우리 철강은 공급망에 아예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철강 관세는) 자동차 부품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 관세를 15%로 낮춘 것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게 “여당의 ‘명비어천가’에 기대 국민 속이려 하지 말고,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소상히 공개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반드시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국민의 동의와 검증을 받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