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왼쪽)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권혁기 의전비서관./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문제로 여야가 국정감사장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파상 공세를 펼치고 더불어민주당은 총력 방어하면서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최소 8곳에서 국감 파행 상황이 속출했다.

김 실장이 소속된 대통령실의 소관 상임위는 국회 운영위원회다. 운영위는 15일 전체 회의를 열고 김 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이 회의는 민주당 요구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김 실장을 정쟁 소재로 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숨기려 할수록 국민적 의구심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과 관련해서 논란이 빚어진 상임위는 운영위를 포함해 8곳에 이른다. 지난 14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국민의힘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 실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인 교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실장이 뒤에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을 조종한 것”이라며 “이것은 이 대통령이 대북 송금 사건의 공범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선임 과정에 제3자(김 실장)가 의견을 개진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법적 사건을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이 (이 대통령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 자금 의혹 사건 체포영장도 전달받았다”면서 “체포영장은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이 몰래 김 실장에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김 전 부원장 사건에서 체포영장이 유출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실장은 어떠한 형사 사건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과방위 국정감사도 지난 14일 김 실장 문제로 파행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실장이 북한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반발했다. 과방위 소속인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지난달 박 의원이 다른 일로 보낸 ‘욕설 문자’를 공개하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산자위 국정감사장에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 전후 김 실장과 통화가 있었느냐”는 야당 측의 질의가 나왔다. 한 장관은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고 답변했다.

15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선 국민의힘이 ‘김 실장 재산 축적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참모로 들어간 뒤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를 포함해 11억8300만원의 재산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이 보좌관 시절 (국회에) 등록한 재산 규모와 현재 공개된 재산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관련 재산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국회 보좌관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 밖에 운영위, 행안위, 농해수위 등에서는 김 실장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현재 여야 지도부는 물밑에서 김 실장 출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여러 상임위에 나오는 것이 어렵다면 운영위 한 곳에서 반나절만 김 실장이 증인으로 나오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은 “김현지라는 이름 석 자만 나와도 (국감장이)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진다”며 “어떤 민주당 의원은 감히 (김현지) 이름을 얘기 못 하고 김 실장, 김 보좌관이라고만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면서 김 실장을 적극 엄호하고 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은 왜 그렇게 김 실장에 대해 집착하나”라면서 “지금까지 부속실장이 운영위에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면서도 국감에 나갔을 때 오히려 정쟁으로 번질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