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 간 대치로 한때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감사 도중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지난달 자신에게 보낸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양당 의원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고 욕설과 반말을 내뱉으면서 국정감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을 저격한 이유는 박 의원의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대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위헌 정당 판정을 받아 해산된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근거로 “김 전 의원 남편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사인데, 김 전 의원은 한 식사 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식사 대금을 지불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 위반 행위에 김 실장이 관여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성남시에 사회단체 활동 등을 하면서, 피고인 김미희와 잘 알고 지내는 김현지’라고 적혀있다”고 했다.
이후 김우영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박정훈 의원을 향해 “저런 사람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대통령실이 연계됐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며 “국회의원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에도 어긋난 사람이다. 저 사람과 상임위 활동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 친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창립 멤버로 대표적 친명 의원이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지난달 5일 밤 자신에게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박 의원 전화번호도 노출됐다.
박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화번호까지 공개해도 되냐”(이상휘),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좌표를 찍는다”(박충권)고 따졌다.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 야, 너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김 의원도 ‘이 XX야’라고 답장을 보내놓고 삭제한 뒤 문자를 공개했다”고도 했다. 이날 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욕한 부분은 사과하라”며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국정감사를 정회했다가 속개한 뒤엔 박 의원에게 퇴장을 명령하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박 의원 주장에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반박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일종의 종북몰이 의혹”이라며 “5공 때도 안 먹힐 프레임”이라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판결문에 적힌 ‘알고 지낸다’는 문장 하나로 김 실장을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시키는 논리적 비약이 놀랍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