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지난 달 30일 김포공항 안전한국훈련 현장에서 202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소방대원이 항공기 사고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한국공항공사 제공

소방공무원 10명 중 8명이 “지금의 피복이 불편하다”고 답한 것으로 소방청 조사 결과 나타났다. 처우 개선을 위해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이 여전히 지자체에 남아 있어 지역별 차이는 최대 2.8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이 전국 소방관 57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설문 결과, 기동복 불만족 83%(4746명), 방한파카 불만족 80%(4567명), 기동화 불만족 79%(4517명)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불만이 누적돼 사제 용품을 구매해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일부 대원은 피복비로 구매한 옷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하거나, 규정 외 제품으로 교환하다 경징계를 받기도 했다. 소방청 규정상 제복은 ‘소방공무원 복제규칙’에 따라 착용 기간과 수량이 제한된다. 규격 내 물품만 착용할 수 있어 현실에 맞지 않는 제복을 바꿔 입는 것도 규정 위반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10.21/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설문 결과 불만의 원인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기동복은 “소재 불만족” 78.4%, “불필요한 품목” 72.1%, “비싼 가격” 90.2%로 집계됐다. 방한파카 역시 “가격이 비싸다” 73.3%, “과한 소재” 79% 등 혹평이 이어졌다. 응답자 95%는 “혹서기용 기능성 티셔츠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81%는 “간절기용 자켓·니트 등 근무복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소재 한 소방공무원은 “여름철 방화복 안에서 체온이 37도까지 치솟는다”며 “물을 끼얹듯 땀에 젖어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와 현장 간 괴리가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점이다. 내근직과 현장직, 근속연수 등 업무 특성이 전혀 다름에도 피복비는 일률적으로 지급된다. 예산 이월이 불가능해 연말이면 불필요한 물품을 억지로 구매하거나 창고에 쌓아두는 일도 반복된다. 그 결과 현장 중심 장비는 늘 부족하고, 내근직 일부는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방치하는 실정이다.

올해 18개 시·도 소방본부의 1인당 피복 예산은 최저 부산·제주 25만원, 최고 울산 7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최대 45만원의 격차다. 대전(28만원), 세종(32만4000원), 충남·경남(35만원) 등은 방한파카 한 벌(35만5000원)조차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1개 시·도는 2021년보다 2025년 예산이 삭감됐다. 부산은 4년 새 31만8000원이 줄었고, 창원·전남·경남 등도 20만~40만원가량 깎였다.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소방대원 등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날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됐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신현종 기자

품질 논란과 함께 납품 구조의 불투명성도 드러났다. 최근 6년간(2020~2025년 8월) 소방피복 계약 자료를 보면,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계약금액의 75%를 차지했다. 이 중 서울 소재 A사는 계약금액 482억 원(27.1%)으로 전국 납품을 사실상 독점했다. 지역별로도 특정업체 편중이 심했다. 경북은 대구 C사와 경북 I사가 전체의 58.2%, 전북은 전북 G사가 68.9%를 차지했다. 한병도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구조가 형성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 외 피복을 사적으로 교환하는 ‘이면 거래’도 확산됐다. 일부 소방서는 납품받은 옷을 개인 비용을 더해 사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인터넷 중고 거래로 교환·판매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실제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이런 거래가 퍼지자, 일부 시·도에서는 단속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은 제복법으로 반납·폐기·유통까지 관리하지만, 소방은 관련 법이 없어 통제 사각지대”라며 “소방 제복을 단순한 ‘근무복’이 아닌 생명보호 장비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병도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 시장 옷보다 못한 제복을 입는 현실은 국가의 책임 방기”라며 “시·도 간 예산 격차 해소, 특정 업체 독점 방지, 반납·폐기·유통을 포괄한 ‘소방제복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이상기후에 대응할 여름용 기능성복, 방한장갑, 다용도 마스크 등 기본 피복부터 보강해야 한다”며 “소방관의 안전과 자긍심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