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이 적용될 경우 올해 제조업 부문 대미(對美) 수출액이 종전보다 125억3700만달러(약 17조8900억원) 감소할 것이란 우리 정부 분석이 14일 나왔다. 정부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손실 규모를 상황별로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부가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실에 제출한 ‘美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수정 관세율(상호관세 15%, 자동차 15%, 반도체·의약품 15%)이 적용될 경우 제조업 부문 대미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2022~2024년 제조업 부문 평균 대미 수출액(1194억달러)인데, 수정 관세율이 적용되면 올해에만 10.5%(125억3700만달러, 약 17조8900억원)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무역 협상에 일부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래 합의한 대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맺었다. 사진은 26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8.26/뉴스1

산업부 산하 산업연구원(산업연)은 한미 협상 수정 관세율에 따른 미국 내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 품목별 수출 감소 규모, 수출국 간 대체 효과 등의 요인을 적용해 이 같은 대미 수출액 감소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은 트럼프의 ‘관세 협박’대로 상호 관세 15%, 자동차 25%, 반도체·의약품 100%가 적용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미 수출액 영향도 추산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종전 대비 제조업 부문 대미 수출액은 15.8%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올해 제조업 부문 대미 수출액이 26조9206억원(188억6520만달러)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산업부 측은 “품목별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한국·주요국 간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고려한 분석치”라면서 “섬유·의복, 화학, 석유정제, 비금속광물, 철강·금속제품, 기계류, 자동차, 반도체, 전지, 전기전자, 기타 제조업 부문의 영향까지 반영했다”고 국회에 설명했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지연된 데 따른 산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중소기업의 미국발 관세 대응을 돕기 위해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1000억원 규모의 ‘통상 리스크 대응 긴급 자금’이 9월 말 기준 815억원가량(소진율 81.5%)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

협상 지연으로 고율의 자동차 관세(25%)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대미 자동차 관세 25%가 적용되면서 현대기아차 대미 완성차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조56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박상웅 의원은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에 이재명 정부는 협상력으로 맞서야 한다”면서 “먼저 관세 인하가 조속히 시행되도록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