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與野)가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을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충돌했다. 대법원장은 국감 출석 후 인사말을 하고 퇴장하는 것이 관례지만 민주당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으로 90분간 자리에 앉힌 채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국회가 대법원장에게 재판 관련 입장 표명을 종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헌법학자들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 국감 인사말에서 자신에 대한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관해 “‘국정감사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뿐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서 법사위는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 체제를 가지고 있는 법치 국가에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미애(경기 하남갑)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離席)을 허가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의원 질의를 듣도록 했다.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광주 광산갑)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선고에 대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제기했던 같은 당 서영교(서울 중랑갑) 의원은 “한덕수와 만난 적이 있느냐”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던 의혹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감금”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이라고 항의했다. 질의와 고성이 오가는 동안 침묵을 지키던 조 대법원장은 오전 국감이 파행으로 끝나자 자리를 떠났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정치권이 사법부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헌법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국감법에도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질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민주당이 국감을 청문회로 변질시켰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빨리 유죄 선고하라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