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에 빌려준 대북 차관 8853억원(6억2020만달러)가량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초 상환 기일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100차례 상환을 독촉했지만 북측에서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돌려받지 못하는 대북 차관은 모두 국민의 혈세”라면서 “북한 해외 자산 압류와 같은 강력한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한국수출입은행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북한이 상환하지 않은 대북 차관은 지연 배상금까지 포함해서 885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대북 차관으로 9억3290만달러(1조3318억원)를 북측에 제공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량 차관이 7억2000만달러(1조280억원)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재·장비 차관 1억3290만달러(1897억원), 경공업 원자재 차관 8000만달러(1142억원) 순이었다. 대북 차관은 거치 기간 5∼10년, 분할 상환 기간 15∼30년으로 상환 시점이 되면 일부 원금·이자를 갚아야 하며 미상환 시 지연 배상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북측은 식량 차관·자재·장비 차관은 한 푼도 갚지 않았다. 다만 원자재 차관에 대해선 2007년 12월(120만4000달러), 2008년 1월(119만6000달러) 두 번에 걸쳐 아연괴로 현물 상환했다. 여기에 정부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해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에 대출했던 원금·이자 3조3013억원까지 합산하면 우리 정부가 돌려받지 못한 미상환 금액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은 2012년 6월 최초 상환일부터 현재까지 평양 조선무역은행에 100차례에 걸쳐 연체 사실을 통지했지만 답이 돌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북측 팩스를 수신한 것은 확인이 되나 현재까지 응답이 없다”면서 “채권자 입장에서 증거를 계속 남겨놔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결국 미상환 대북 차관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박성훈 의원은 “대북 차관 상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국민 부담만 커지고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상환 촉구에 나서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북한 해외 자산 압류와 같은 강력한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