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청 공무원이 김건희 특검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뒤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수사가 아닌 폭력”이라며 “권위주의 시대의 악덕 공안 수사관이 되살아난 듯한 섬뜩한 데자뷔”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에 끌어들여 특검 수사를 흔들고 자신들의 죄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했다.
숨진 공무원은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 지난 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에 출석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 기업인 이에스아이앤디(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 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개발 부담금 면제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조사였다.
해당 공무원은 야간 조사를 받고 3일 새벽 1시 15분 귀가했고, 새벽 3시 20분쯤 집에서 자필로 당시 심경이 담긴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엔 “수사관의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하였다” “이렇게 치욕을 당하고 직장 생활도, 삶도 귀찮다” 등이 적혔다.
양평경찰서는 13일 공무원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그러나 숨진 공무원을 대리한 박경호 변호사는 지난 11일 “유족들께서 부검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부탁을 받아 경찰 측에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경찰이 (유서를) 가지고 있다는데 공개를 안 한다고 한다. 유족도 못 봤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메모에 가필 흔적이 있는 점, 수사팀 이름이 틀린 점, 그의 메모가 정치권에 먼저 공개되는 과정 등이 석연치 않아 그 과정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인 최은석 의원은 12일 논평에서 “수사 당국은 유족이 완강히 반대하는데도 13일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권력의 폭주 앞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특검은 유족에게도 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고인이 남긴 ‘강압 수사를 비판한 메모’에 가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조사 당시) 00시 52분 열람을 마쳐 자정을 넘기면서 인권보호수사 준칙을 위반했고, 오전 10시 10분부터 15시간 마라톤 조사로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수사관 2명이 돌아가며 ‘강압, 수모, 멸시’를 반복하고 정해진 답을 강요한 조작 수사”라고 했다. 주 의원은 “그런데도 민중기 특검은 ‘귀가 모습을 보니 강압이 없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한다”면서 “CCTV 전체를 공개하고, 경찰은 유서를 유족에게 즉각 반환하라”고 했다.
양평군수 출신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누가 A씨를 죽음으로 이끌었나. 바로 민중기 살인 특검팀이라고 저는 단언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중기 특검은 가혹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특검의 강압·회유·협박이 가져다준 모멸감과 자괴감이 없었다면 A씨가 죽음을 선택했을까”라며 “A씨는 자신을 조사한 수사관들의 이름까지 메모에 남겼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박수현 의원은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먼저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존엄한 한 사람의 죽음 앞에 경건한 예의와 애도를 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며 “국민의힘은 특검 흔들기를 멈추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했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국민의힘은 고인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기보다, 이를 특검 무력화의 근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그 어떤 정치 세력도 이 진실 규명의 절차를 흔들 권한은 없다”고 했다.
다만, 박수현 의원은 지난 10일 “양평군 공무원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쟁에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 고인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12일 “양평군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