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혐오·선동 집회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지에서 열린 반중 시위를 겨냥한 것이다. 이달 말로 추진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한을 앞둔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집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시위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항을 신설해 특정 인종이나 특정 국가 출신,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혐오 집회의 주최를 금지하고, 또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을 집회 제한 통고 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일부 집회가 특정 인종이나 출신 국가, 성별, 장애, 성적 지향, 종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폭력적 행위를 선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집회”라고 했다.

김 의원은 5선 중진으로, 현재 국회 한중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법안에는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최근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혐중 시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최근의 혐오 시위는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시작돼 사회 각지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반중 시위 양태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존중과 배려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조치”라고 했다.

김 의원의 법안 발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반중 집회를 비판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괴담과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인종차별적 집회 역시 계속되고 있다”며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는 선동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인종차별적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야권에선 “민주당은 그동안 반미·반일 선동에 앞장서지 않았느냐”며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반일 선동, 사드·광우병 괴담 반미 선동은 민주당 특기 아닌가”라며 “누가 누굴 보고 특정 국가 혐오를 운운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