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기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뒤쪽으로 지나가고 있다. /남강호 기자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법(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방통위는 출범 17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내년 8월까지가 임기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자동 면직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로 강제 종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강행에 반발해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과 법안 표결에 불참했다. 정부조직법 표결 결과, 재석 177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유일한 반대표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던졌다.

이날 방미통위법이 통과됨에 따라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17년 만에 폐지된다. 전날에는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된 바 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176인 반대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날 통과된 방미통위법은 기존의 방송통신위(방통위)가 폐지되고 대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새로 출범하는 방미통위는 종전의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디어 진흥 업무를 합친 기구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과 여야 교섭단체 추천 몫(야 3명·여 2명)을 포함한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 내 여야 구도는 4대 3이 되는 셈이다.

특히 법이 시행되면 방통위는 폐지돼 내년 8월까지 임기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법안에는 ‘방통위 소속 공무원(정무직은 제외한다)은 방미통위 소속 공무원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현 방통위에서 임기가 남은 정무직 인사는 이 위원장이 유일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은 이를 “이진숙을 퇴출하기 위한 ‘표적 입법’”으로 규정하고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겉으로는 거버넌스 개편을 내세우지만 실제는 현직 이진숙 방통위원장 배제를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며 “임기 보장이라는 헌법적 안전핀을 무력화해서 유일한 정무직인 이진숙 위원장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주도로 방미통위법이 통과된 직후 국민의힘은 “이진숙 위원장을 축출함으로써, 마침내 이재명 정권이 꿈꿔온 ‘땡명 뉴스’ 시대의 문을 열게 됐다”고 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권의 눈엣가시 하나 치우겠다고 멀쩡한 국가기관을 허무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방송이 어떻게 숨 쉴 수 있겠나”라며 “언론 독립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민주당의 또 하나의 폭거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위원장도 법안 통과 이후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참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하나씩 보면 굉장히 지식인으로 보였는데 집단으로 모이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면서 “굉장히 위험한 법이라 ‘큰일 났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176인 반대 1인으로 통과되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반대로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였다. 방미통위법이 통과되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순간”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방미통위는 과거의 악습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공세도 퍼부었다. 최민희 의원은 “방송통신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라며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오명도 굿바이. 이진숙도 굿바이”라고 했다. 박선원 의원은 “이진숙을 그만 봐도 된다는 건 보너스”라고 했고, 박범계 의원도 “(이 위원장은)뿌린 대로 거두리라”라고 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진숙 축출법’이라고 비난한다”며 “위원장 한 사람 내보내자고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니, 그런 비효율적인 발상은 어떻게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