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위(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방미통위)로 개편하는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26일 상정했다. 이 법안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시점인 27일 오후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면 내년 8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즉시 자동 면직된다.

그래픽=백형선

방미통위법이 통과되면 기존 방통위 5인 상임위원 체제에서 7인(상임 3인, 비상임 4인) 체제로 바뀐다. 방미통위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해 온 유료 방송 정책 기능도 흡수한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유료 방송 기능 이관으로 업무의 양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임위원 7인 정도가 적정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정치권 추천 인사는 2명 더 늘어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고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민주당의 설립 취지가 무의미해졌다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여야 추천 비율이 3대2에서 4대3으로 바뀔 뿐, 정파성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했다.

여기에다 방미통위의 규모는 확대됐지만, 정작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무는 빠져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환경 대응 능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김현 의원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립 법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OTT 업무도 가져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 언론개혁특위 논의에서 개편 폭이 크고 문체부가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해 이번 방미통위법에서는 OTT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폐지되면서 기존 직원과 위원들은 방미통위로 승계된다. 하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만 제외돼 ‘이진숙 추방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방통위 소속 공무원(정무직은 제외한다)은 방미통위 소속 공무원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현재 방통위에서 임기가 남아있는 정무직 위원은 이 위원장이 유일하기 때문에 이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것이란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헌법상 공무원 신분과 임기 보장을 위배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 위원장 한 사람 몰아내겠다고 이렇게 큰 법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법안 상정을 지켜본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다수가 된 뒤 경험과 지혜가 무시되고 저를 쫓아내기 위해 법을 바꾸고 있다”라며 “체제를 뒤집어엎으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향후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위원장은 “자진 사퇴는 없다”며 “이런 시도들에 맞서는 것이 정의와 법치를 위하는 제 조그마한 기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현 의원은 “지난 2006년 방송위원회에서 2008년 방통위로 전환할 당시에도 임기가 종료된 전례가 있다”며 “새로운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만큼 위헌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독립 민간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통심위)로 개편된다. 방미통심위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고, 헌법이나 법률 위반 시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취임한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전례를 들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언론 시민단체 등은 “국가 검열 위험을 막기 위해 방심위를 민간 독립 기구로 설계했던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