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계속 압박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조희대 청문회’를 강행키로 하고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24일 국회의장을 만나 “삼권분립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 국민은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며 “얻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을 운운하느냐. 역사의 코미디”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아직 그것(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사법부의 반응에 따라 민주당의 압박의 종류와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진짜 삼권분립을 망가뜨린 사람은 삼권분립 최후 보루여야 할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께서는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은 추 위원장 등 법사위 위원들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청문회를 추진했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이를 부인하며 법사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당은 미확인된 ‘조희대, 한덕수 등 4인 비밀 회동설’을 근거로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자신이 국회 법사위원장 때인 지난 5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지 9일 만에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이유다. 당시 조 대법원장 등은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며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 등 청문회 증인들은 국회에 출석해 입법부의 권한 행사에 협조하라. 그것이 삼권분립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삼권분립을 배반하고 정치로 걸어 나온 것은 조 대법원장”이라며 “대의기관 국회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탄핵하기 위한 몰상식한 ‘빌드업’”(나경원 의원) “사법부를 굴복시키고 발아래 두겠다는 파렴치한 시도”(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했다. 이 만남은 천 처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사법부 역할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난 3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4년 국민이 신뢰하는 국가기관’ 조사에서 국회는 2023년에 이어 또 꼴찌를 기록했다.

천 처장은 우 의장 말에 “국회와 시민이 호응할 방법은 내란 재판에 대해서 (법관이) 헌법과 법률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서, 그러면서도 신속히 진행되도록 행정적 지원 조치를 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원장들이 줬다”고 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나 대법원장 청문회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대법원은 내란 전담 재판부에 대해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이날도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메시지는 이어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지귀연 판사가 편법으로 윤석열을 석방한 전력이 있다”며 “지귀연 재판부의 교체, 그것이 신뢰 회복의 시작일 수 있다”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재판부가 내란 재판의 지연을 막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라며 “민주당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압박해 온 민주당 인사들은 하나둘씩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 중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경기지사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희대를 반드시 사퇴시키겠다”고 했다. ‘조희대 청문회’ 강행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은 최근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3대 특검 대응 특위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과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제기한 서영교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