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퇴장 명령을 한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었던 지난 5월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한 차례 청문회를 열었지만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 당시 청문회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음모론에 불과한 ‘조희대·한덕수 등 4인 비밀 회동설’을 근거로 또다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 것이다. 집권 여당이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여는 건 초유의 일이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위반이자 명백한 사법부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다.

법사위는 22일 전체 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 계획서와 관련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법사위는 검찰 개혁 입법 청문회 자리였는데,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예고도 없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 계획서를 안건으로 올렸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주도해 처리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계획서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자(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하고, 한덕수 등과의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與, 음모론 처음 제기한 열린공감TV는 증인 채택도 안 해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을 신청·채택했다.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니 이들을 불러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구속 기간 만료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한 지귀연 판사도 증인 명단에 넣었다. 민주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모친 측근 김충식씨가 비밀리에 회동해 이 전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처리 방향을 논의한 뒤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밀 회동설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제기한 친여 유튜브 ‘열린공감TV’ 측조차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제보”라고 하고 있다. 관련 제보 녹취도 제보자가 아닌 변조된 음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는 “그런 논의도, 만남도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서영교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도 “제가 들은 제보로는 대법원장이 될 때부터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라고 했다고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부인했지만 우리가 동지의 말을 믿어야 하나, 조희대 말을 믿어야 하나. 당연히 동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14일에도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그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해서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시 청문회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밀 회동설을 최초 제기한 열린공감TV 관계자 등은 증인 명단에 넣지 않았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여야 충돌로 파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 앞에 서영교 의원 사진과 ‘정치 공작, 가짜 뉴스 공장 민주당!’ 문구 피켓을 붙였고, 추미애 위원장은 “철거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반발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가을 추(秋)가 아니라 추할 추(醜) 자가 붙는 법사위”라고 했다.

이날 법사위 청문회는 이 대통령 측근 사건에 대한 여야 공방전으로 비화됐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기소했던 박상용 검사에게 ‘연어, 술 파티 회유 의혹’을 물었다. 하지만 박 검사는 “1년 반 전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영교 의원은 “뻔뻔하게 거짓말하고 있다. 아직도 윤석열 정권 그대로 있는 줄 아느냐. 지금은 대통령이 누구냐”고 소리쳤고, 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