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 전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국회에서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의혹의 진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회동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희대 회동설 주장의 합리성과 근거는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발았다. 그러자 한 최고위원은 “그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이걸 처음 주장했던 유튜버들과 서영교 의원의 주장을 면밀히 봐야 하고, 그 근거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런데 이 주장과 별개로, 조 대법원장의 지난 12·3 비상 계엄부터 5월 1일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까지의 과정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조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동 의혹은) ‘보충’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본질은 사법 카르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가)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 언제 만났느냐 문제보다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진행자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의 회동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추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의원은 “서영교 의원은 제보자의 신분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는 조 대법원장의 사법 독립 침해, 스스로 저지른 정치적 중립 위반 문제에 대한 특검 수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진행자가 다시 ‘민주당은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면 조 대법원장이 나와서 수사를 받으라는 주장인데, (조 대법원장에 대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러면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정치인은 다양한 정보, 여러 네트워크 속에서 나오는 단서를 종합해 미래에 있을 사고나 사건을 대비하고 예측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사법부가 스스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하고, 행정 권력의 비대화나 남용을 견제할 책임으로부터 사법부 스스로의 존립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고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보의 진위 여부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부에 대해 (여권이) 왜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그동안 법원과 특히 조 대법원장이 보여줘 온, 불신을 살 만한, 의혹을 살 만한,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에 대한 (사법부의) 자정 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은 ‘조희대 회동설’이라고 쓰고 있지만, 본질은 이재명 죽이기 재판 모의 의혹 사건”이라며 “번갯불 파기환송, 대선 개입 시도가 진짜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재판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민주당이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말씀들이고 있는 이 사안이, 조희대 회동설 진실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비밀 회동을 했다는) 의혹을 부인하지만, 떳떳하다면 특검과 국회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재판의 번갯불 파기환송에 대해 이제라도 유감을 표해야 하고, 지귀연 판사에 대한 윤리 감찰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 본질을 물타기하려고 ‘음모론’ ‘정치 공작’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과거 국민의힘이 음모론으로 폄훼했던 사안들이 사실로 판명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