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병기 원내대표의 여야 합의에 ‘재협상’을 지시한 뒤, 대표측에서 11일 저녁 만남을 제안했지만 김 원내대표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날 정 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전우이자 동지”라고 표현했지만, 김 원내대표 측은 “정 대표에게 합의 내용을 사전 협의했다”고 주장하며 둘 사이의 불편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정 대표가 특검법 여야 합의를 재협상 지시한 이튿날인 11일 새벽,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의원회관 목욕탕에서 만났다. 문 수석부대표는 “어제 협상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자”고 말했지만 유 수석부대표는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여야 합의안이 14시간여만에 뒤집어지자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간 갈등은 격화했다. 정 대표는 “특검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재협상) 지시를 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미 당대표에게 보고했고 사전에 협의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10일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의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에서 특검의 기간 연장도 협상 대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내대표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직전 대통령실과 국회 법사위 위원들과도 통화해 합의 내용을 전했다.
또 여야합의에 참석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 대표는) 여야합의안을 사전 보고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몰랐다는 척 모든 책임을 같은 당 원내지도부에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고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제 부덕의 소치. 덮고 가자”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당대표 관계자들은 “당원과 지지자들,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였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측은 본회의 표결을 마친 뒤 김 원내대표에게 저녁 만남을 제안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마치 독단적으로 여야 합의를 한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한자리에서 저녁을 할 수가 있었겠나. 원내대표도 이날은 혼자 있고 싶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