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정치적 기관’이라고 비판했던 정부 부처 상당수가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폐지나 축소의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각 부처에 대해) 누적된 민주당의 불만이 결과적으로 조직 개편의 단초를 제공한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검찰청 등의 개편 또는 폐지에 따라 현재 ‘19부 3처 20청’의 정부 조직이 ‘19부 6처 19청’으로 바뀐다.

중앙부처 중에선 기재부와 산업부의 조직이 대폭 축소되고, 법무부는 산하 검찰청이 1년 뒤 폐지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부도 장관이 겸임했던 사회부총리직이 폐지되면서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 중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지된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확장 재정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제동을 걸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모피아’(재무부+마피아)라는 공격을 받았다. 기재부는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받던 2021년 11월, 민주당이 이듬해 대선을 겨냥해 내놓은 이른바 ‘이재명표 3대 패키지(전 국민 재난지원금·지역 화폐 확대·자영업자 손실 보상 확대)’에 필요한 예산 책정에 반대했다. 그러자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는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있다며,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정부·여당의 철학과 책무를 따라야지, 관료들의 주판알과 탁상행정에 따를 일이 아니다”라며 기재부를 비판했다. “국가 재정의 주인은 기재부 엘리트 모피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도 했다. 이번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이 직접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기재부는 중앙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둘로 쪼개지게 됐다. 예산 기능이 분리돼 총리 직속 기획예산처가 전담하게 됐고, 나머지는 재정경제부로 전환돼, 2008년 재경부·예산처 통합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게 됐다. 산하 통계청도 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로 격상되면서 기재부 손을 벗어난다.

원전 산업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민주당이 원전 산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일찍부터 ‘원전 마피아’의 한 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담당 2차관과 산하 조직 대부분을 환경부에 넘겨줘, 조직이 절반으로 축소된다. 자원 산업과 원전 수출 관련 기능은 남았으나, 명칭도 ‘자원’이 빠진 ‘산업통상부’로 바뀐다.

민주당으로부터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청은 아예 폐지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대체된다.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간다. 검찰청은 민주당의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부패, 경제 등 일부 주요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게 됐는데, 이번에 수사권을 완전히 잃게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정권 교체 이후에도 물러나지 않아 민주당 공세의 대상이 된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된다. 방통위 기능은 신설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대체하게 된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방통위 해체의 이유로 “분산 수행 중인 방송 관련 기능을 총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유료방송사업자 관리 업무를 제외한 방송·미디어 업무 대부분이 이미 방통위 몫이었던 상황이라 야당에서는 “이진숙 위원장을 해임하기 위한 위인폐관(爲人閉官·특정인 때문에 기관을 없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문제점을 감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정치 감사’ 기관이라는 비난을 받은 감사원은 정부 조직 개편보다 먼저 기능의 상당 부분을 잃은 상태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대통령실 회의에서 “정책 감사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자 감사원은 지난달 곧바로 ‘정책 결정 감사 폐지’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월 말부터 사무총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다 돼도록 신임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반면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조직이 강화된다. 산업부 조직의 절반을 가져오는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돼, 환경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물 관리 권한을 모두 가진 막강한 부처가 된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됐고,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산안본부에서 일할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감독관 500명을 증원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