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위원석과 더불어민주당 위원석 노트북에 각각 상대를 규탄하는 피켓이 붙어 있다./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오는 7일 고위 당정 협의를 열고 정부 조직 개편안을 최종 논의한다. 당정은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공소청을 만드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누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한 뒤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다. 민주당은 당정의 최종안을 정부 조직법 개정안에 담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당정의 정부 조직 개편안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방안도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 산하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산업정책국만 산자부에 두고, 나머지 산업부 2차관 산하 에너지 정책 관련 조직은 환경부로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안은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공유했다.

그래픽=박상훈

이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민주당 상당수 의원이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국가 전략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 사업은 산자부의 통상 기능과도 맞물려 있는데 환경부가 그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산업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분리하면 그에 따르는 비효율이 클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인 AI 등 미래 전략 산업을 키우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를 떼놓으면 되겠냐”고 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한 부처에 기후·환경 규제와 에너지 산업 진흥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부여되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산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가져와 환경부에 붙여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환경 단체 등에서 반발이 커서 ‘환경’이란 단어를 넣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민주당 산자위 의원 다수는 산자부에서 에너지 부분을 떼야 한다면 환경부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부’를 따로 만들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산자부 내 에너지 정책 기능을 유지하면서 재생 에너지 정책을 강화하는 식의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인사는 “정책 의총에서 나온 정부 조직 개편안은 대통령실과 당이 사전 조율했던 내용”이라며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한 인사”라고 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당내 일부 반대 의견이 있지만, 정부안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정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당장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탈(脫)원전 시즌2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은 원자력의 1.7배, 해상 풍력은 2.6배 비싸, 전력 생산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 건설 등 재생 에너지 확충엔 수백조 원이 넘는 투자도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 고유 업무인 환경 영향 평가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손을 대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한다. 기존 에너지 자원인 석탄·LNG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전력 구매 비용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의 혜택을 받기보다, 여러 규제만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 주력 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실패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2021년 산업·에너지·기후를 합친 경제기후보호부를 출범했다가, 에너지·기후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고 제조업 경쟁력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독일은 올 5월 기후 분야를 환경부로 넘기고 경제에너지부를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