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세력 척결이 시대적 과제”라며 이른바 ‘내란 특별법’ 입법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 법안은 12·3 비상계엄 사건을 전담하는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내란 범죄인이 소속된 정당에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환수하며 이후 국고 보조금은 주지 않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집권 여당이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제1 야당을 말살시키는 ‘입법 폭주’ 시동을 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 대표는 “내란 척결이 해방 정국의 반민특위(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처럼 좌절되고, 실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공격했던 헌법의 적,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민주주의 적들인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청산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의 이런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선 그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정 대표는 당대표 당선 사흘 뒤인 지난달 5일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판사들이 내란 종식의 걸림돌·훼방꾼이라고 국민이 생각하면 당연히 특검처럼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사례가 역사적으로 있다”고 했다. 1948년에도 반민특위 내 특별재판부를 둔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사법부를 압박하는 입법 등을 하다 역풍을 맞아 중단한 적이 있다. 집권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은 했지만, ‘사법부 독립’ 자체에 반하는 입법은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법원이 지난 27일 내란 방조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한 전 총리 영장 기각 사유 중엔 “본건 혐의에 관련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는 내용 등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선 ‘내란 프레임’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려 했는데, ‘한덕수 영장 기각’이란 변수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국민의힘 해산까지 원하는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내란 특별법’을 꺼내 들었다. 정 대표와 당권을 다투던 박찬대 의원이 ‘선명성 경쟁’ 차원에서 전당대회 기간인 지난 7월 발의한 것이다.

법안엔 12·3 비상계엄 사건의 1·2심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별 영장 전담 법관도 따로 두게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재판을 못 하게 했다. 재판부 구성은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 9명이 결정하게 했다. 추천위원 3명은 국회의장이 민주당·조국혁신당과 협의해 추천하고, 3명은 판사회의, 3명은 대한변협이 추천하게 했다. 한 법조인은 “자기들이 원하는 판사를 임명해 재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법안은 내란·외환죄로 유죄가 확정된 이는 사면·감형·복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상 참작’에 따른 감형도 못 하게 해놨다. 입법으로 대통령의 ‘사면권’과 사법부의 ‘양형’을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정당 해산’도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도 내란 특별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법안은 내란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이가 소속됐던 정당의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미 지급된 보조금은 반환하게 해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했다.

여권과 민주당 내에서도 “역풍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내란 특별법은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군불을 때는 것인데, 정부와 논의된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검토를 주장했던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법원에서 먼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판사들을 전보 조처나 징계하면 굳이 입법 조치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게 현재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법사위에 법안을 상정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그동안 강성 지지층에 끌려갔던 민주당이 내란 특별법 입법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