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5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을 물갈이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기존에 제출된 민주당 법안들은 기관장과 감사 교체가 목적이었지만 이 법안은 이사까지 임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인사는 800명에 이를 것으로 민주당은 전망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 상근 임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공운법에 따르면 기관장은 3년, 이사 등은 2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본인이 사직하거나 비위로 해임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임기 중 해임되지 않는다. 또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공공기관 인사를 새로 하거나, 임기 연장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이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생긴다.

출근길 막힌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가운데) 독립기념관장이 25일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출근하다가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의 저지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관장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들을 해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 뉴스1

개정안은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년 연장을 포함해 최장 3년까지만 일하도록 했다. 특히 기관장은 그를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해임된다. 또 공공기관은 대통령 취임 후 1개월 이내에 새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경영 목표 보고서를 제출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3개월 내 평가해 ‘직무 수행 능력이 저조한’ 임원을 해임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새 정부의 기재부 장관이 공공기관 임원을 한 번에 교체할 수 있는 셈이다.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제출된 공운법 개정안들과 병합해 심사하고 문구를 다듬을 계획”이라며 “기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원들도 3개월 내 평가를 받고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대선 이후 여권에선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 15건의 공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김 원내대표 개정안은 시기나 적용 대상 등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공공기관장 물갈이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당 회의에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양심 불량이자 세금 도둑” “후안무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개정안 발의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을 정치적 볼모에서 해방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운법 개정안을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합의해 주지 않으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을 소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임이자 의원이라, 상임위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단계인 180일만 지나면, 민주당 법사위원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협조로 통과가 가능하다.

공운법 적용 대상이 아닌 기관들에 대한 물갈이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대표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독립기념관 담당 부처인 국가보훈부의 권오을 장관을 국회로 불러 면담했다. 강준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 관장의 행실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을 장관이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기념관법 개정도 곧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장관은 최근 광복회가 김형석 관장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를 낸 것과 관련, 감사원에 이를 전달하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21일 요청한 바 있다. 민주당은 9월 내에 정무위 당정협의회를 추진하고 독립기념관법을 비롯한 법안과 관련해 여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