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향해 “쉬어버린 술 찌꺼기” “내란범들이 임명한 기관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연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기관장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 전방위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당 회의에서 “내란 불씨가 여전히 공공기관에 잠복 중”이라며 “쉬어버린 술 찌꺼기가 새 정부를 망치고 있다. 내란 세력이 박은 알은 반드시 깨뜨려야 한다”고 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계엄 이후 기관장이 임명된 공공기관 53곳 명단을 언급하며 “내란범들이 임명한 공공기관장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돼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은 95명, 상임이사는 68명이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황 사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출장 간 것을 두고 “권한 없는 자의 월권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은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협정을 ‘매국적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황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정상적 계약”이라고 답변했다. 황 사장은 최근 임기(3년)가 만료됐지만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업무를 수행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방관하지 말고 (황 사장) 직무를 정지시키라”고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이날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을 겨냥해 “윤건희(윤석열·김건희)를 닮았다. 즉각 사퇴하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토부 관료 출신인 이 이사장은 작년 2월 취임했고 임기는 2027년까지다. 천 의원은 앞서 지난 19일 열린 국회 국토위 회의에 참석해, 국무조정실에서 확인한 사항이라며 국가철도공단이 협력사를 통해 이사장 관사용 자전거를 우회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틀 후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이 이사장을 거론하며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알박기”라고 했다. 국가철도공단이 “직원의 비용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2024년 3월 이사장 출퇴근 등을 위해 자전거(62만원 상당)를 구매한 것은 복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자 천 의원은 “거짓말”이라며 사퇴 요구를 이어갔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 수석 부대표와 이정문·이재관 의원 등 충남 천안 지역구 의원들은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 김형석이 퇴진을 거부할 경우 그가 받을 것은 해고 통보서와 법과 제도에 의한 해임과 파면 처분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관장의 광복절 기념사 가운데 “광복은 연합국 승리의 선물”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 관장은 광복에 대한 대립하는 견해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관장 교체를 위해 독립기념관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고,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은 평가를 거쳐 해임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인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에 반대하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고 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통과에만 6개월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