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추진할 법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알박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권을 이용해 자진 사퇴하지 않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관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등으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남았더라도 평가를 통해 해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윤석열 알박기’를 제거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 정부는) 계엄 선포 이후 심지어 대통령직 파면 이후에도 낙하산 알박기를 멈추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장만 45명이고 그중 23명은 파면 이후 임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관장, 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교체되는 경우 공기업 등의 장에 대해 새 정부 출범 후 약 6개월 이내에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한 뒤 해임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원내대표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공운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의원이 맡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공운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경우 6개월 이상이 소요돼 올해 안에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다.

◇독립기념관장 발언 빌미로… ‘尹 기관장’ 모두 교체 나선 與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윤석열 알박기’를 제거하겠다”고 한 것은 여권이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장 물갈이에 나선 신호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퇴를 촉구해왔다.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다만 이번엔 국회 다수 의석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민주당은 지난 16일부터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이라는 발언을 해 여권에서 반발을 불렀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해임시키겠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매국노 쉼터로 전락한 독립기념관을 순국선열의 희생과 독립 정신을 지키는 정상적인 기관으로 다시 세우겠다”며 “제2의 김형석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관장은 기념사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이 광복에 끼친 영향도 함께 언급했지만, 민주당은 임기가 2년 남은 김 관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과거 사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쓰게 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직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겐 징역 2년의 유죄 확정 판결도 내렸다. 민주당은 이런 판례가 있으니, 아예 법을 바꿔 전(前) 정부 시절 임명돼 임기가 끝나지 않은 공공기관장들을 해임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했으나,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관장·감사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보면, 전시·사변·내란·외환·계엄 선포 같은 국가 비상사태로 대통령이 교체될 때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에 맞는 경영 목표를 담아 1개월 내에 기획재정부에 보고서를 내야 한다. 기재부는 보고서 제출 3개월 내 기관 평가를 하고, 직무 수행 능력이 저조하다고 평가된 기관장이나 감사를 해임해야 한다고 기재부 장관이 임명권자(대부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게 해놨다. 국회가 기재부 평가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을 경우, 3개월 내 재평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정 의원 법안은 전 정부 때 임명돼 현재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장·감사를 당장 해임할 수 있도록 ‘소급 적용’을 하겠다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철학에 맞게 경영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직무 수행을 할 경우 해임할 수 있게 해놨다. 6개월 안팎으로 해임이 가능하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전 정부 때 임명돼 아직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은 총 95명이고, 상임이사(감사 등)는 68명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임기가 만료되는 이들도 있지만, 수십 명 이상이 ‘해임 평가’ 대상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을 겨냥한 독립기념관법 개정안도 작년 12월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황이다. 이 법안은 독립기념관장이 법령·정관을 위배한 경우, 회계 부정이나 고의·중대 과실로 독립기념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직무를 게을리하는 등 직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공공기관장·독립기념관장 해임 가능 법안과 관련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하려고 한다”며 “그중에 공공기관 운영법도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운영법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독립기념관법을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들이 국민의힘 임이자·윤한홍 의원이라 김병기 원내대표가 말한 “(9월) 정기 국회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두 법안이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데까지 최소 180일 이상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