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광복절 다음 날인 16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향해 “침략 전쟁 사과 없이 전쟁 범죄자를 참배한 일본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광복절 당일 이시바 총리가 침략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여당에서 ‘규탄’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지난 15일 일본 총리로서는 13년 만에 ‘전쟁의 반성’을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보인 긍정적 반응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시바, 전몰자 추도식서 헌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패전일인 지난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패전 80주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백 원내대변인은 이시바 총리가 ‘반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정확히 누구에게 무엇을 반성하는지도 알 수 없고 진정한 사과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반성이 아닌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 미래 지향적 관계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침략의 과거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용기 있는 진정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패전 80년을 맞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13년 만이다.

이는 이시바 총리의 ‘반성’ 언급이 나온 뒤 대통령실이 보인 반응과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국가 간 신뢰가 서로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미래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일 관계에서 미래 지향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으로선 일본과 경제·안보 협력을 해야 하고, 여당은 지지층 내 반일 정서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상황이 만든 모순적 모습”이란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