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12월 16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 교도소로 들어가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전기병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1일 사면·복권되면서 범여권의 권력 구도가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에선 벌써부터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조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럴 경우 지방선거 대승을 목표로 했던 집권 여당인 민주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조 전 대표의 정치적 부활로 여권 내 ‘친명(親明)’ 대 ‘친문(親文)’ 구도가 다시 형성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또는 고향인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거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든 국회의원 보궐선거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 전 대표는 민주당보다 약간 왼쪽을 지향한다”며 “양당 구조를 깰 3당, 4당이 필요하고 조 전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조 전 대표 측근은 “윤석열 정부 검찰 희생양인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했다. 우선 조국혁신당은 오는 11월쯤 조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재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조 전 대표의 복귀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속내가 복잡해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선거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보수 텃밭인 대구, 부울경까지 노리는 대승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조 전 대표가 등판하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 등 각지에 대거 후보를 내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부재 속에서 치른 지난 4월 전남 담양 군수 재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민주당을 꺾으면서 호남에서의 파괴력을 입증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힘을 꺾을 생각이다. 하지만 조 전 대표가 나오면 여권 표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진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은 “조 전 대표가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여권 내 차기 유력 주자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뿌리이지만 조 전 대표의 화려한 복귀는 여권 내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관망하던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이 동요할 가능성도 나온다. 그동안 구심점이 없었던 친문이 세를 확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조기 합당을 예측하기도 한다. 여당 몸집을 불려 차기 대선까지 가자는 얘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어차피 합쳐질 거라면 빨리 합치자는 말을 하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합당 문제는 창당 이후로 한 번도 검토하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조 전 대표를 사면·복권해줬다는 말이 나온다. 당내에서조차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여권의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사면을 한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를 사면하지 않았을 때 후폭풍에 대해서 더욱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여 성향 단체, 원로들까지 나서서 조 전 대표를 윤석열 정권 피해자로 규정하고 사면을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다가 조국혁신당이 지난 대선 때 후보를 내지 않고 사실상 이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의원은 “그들은 현 정권을 여권이 하나 돼서 만든 우리의 정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범여권 지지층이 균열되면 그건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다지려는 여권 내 정치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누구를 지정해 후계자로 삼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김민석 총리, 정청래 대표, 조 전 대표까지 여권 내 주자가 많아지는 것은 정권 연장을 바라는 이 대통령에게 나쁠 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