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의원. /유튜브 채널 '머할래Tube'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5일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당선 소감을 밝혔다. 당대표 당선 후 첫 인터뷰 매체로 김씨 유튜브를 택한 것이다. 국회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의원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방송 장악법’이라고 주장하는 방송법 통과 직후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야권에서는 “김씨가 민주당 상왕(上王)이냐”는 말이 나온다.

최근 정 대표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자신을 “자랑스러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청래”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곧바로 “목소리가 좀 맛이 가셨네”라며 웃었다. 정 대표가 “수해 복구를 너무 열심히 해서”라고 답하니, 김씨는 “적당히 해야지 너무 열심히 하더라”고 했다. 김씨는 정 대표를 허물없이 대했다. 정 대표가 “너무 자주 부르지 말라. 막 전화를 함부로 하고 그러지 말라”고 농담을 던지자 김씨는 “연락 안 하겠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필요하면 제가 하겠다”고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내 “김씨 지지층이 정 대표를,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이 박찬대 후보를 밀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대표와 김씨는 가깝게 움직였다.

정 대표가 언론 관련 입법의 키를 맡긴 민주당 최민희 의원도 자주 김씨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 의원은 방송법 통과 직후 김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딴지일보 홈페이지에 “방금 본회의에서 방송법이 의결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여권에선 김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주 시청자로 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220만명이고 라이브 방송 땐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접속한다. 이에 국회의원이 정치 후원금이 모자라서 후원 계좌를 들고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면 그날로 후원금이 채워지기도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대통령실과 국회가 김씨 유튜브 소속 기자를 출입 기자로 등록해줬지 않았냐”며 “의원들도 김씨 쪽에서 출연을 요청하면 가기 싫어도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돌아가면서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 신인들은 김씨 유튜브에 나오면 곧 공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출연하려고 줄을 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상왕 김어준의 지령이 아니라 민심을 받들라”며 “특정 유튜버의 정치적 영향력에 편승해 인기와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정치를 이어가려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태도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