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에 놀라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내자, 정청래 대표는 4일 “빠른 시일 내 입장을 정리할 테니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찬반 입장은 밝히지 않고 “여러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비공개로 충분히 토론할 것”이라고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에겐 “A, B안을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며 “지난주 주가 조정은 미국 고용 지표 부진에 따른 것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건 호도”라고 했다. 당내에선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20억~30억원 정도로 절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내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을 귀 기울여 듣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 날인 1일은 코스피 지수가 3.9%포인트 떨어지는 ‘검은 금요일’로 기록됐다.

이에 같은 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식 양도세 기준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소영 의원 등 10여 명도 ‘재검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4일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이기는 정치나 행정은 없다”고 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도 라디오에서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충분히 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이 정권 초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흔치 않다. 그만큼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증시 계엄령”이라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더니, 역행하는 정책을 내고 있다”고 하고 있다. 국민 반대 청원에 4일 오후 기준 12만여 명이 동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도 계속 온다고 한다. 정부안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진성준 의원의 블로그엔 비난 댓글이 1만개가량 달렸다.

외국 IB 업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티은행은 최근 한국 세제 개편안을 이유로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서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비중 다소 확대’에서 ‘중립’으로 축소했다. 앞서 홍콩계 증권사 CLSA는 1일 보고서에서 세제 개편안에 ‘채찍은 있고 당근은 없다’고 비판했다. 모건스탠리도 그간 랠리를 이끌었던 증시 친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어렵다고 진단했고, 골드만삭스도 1일 주가 급락 배경으로 세제 개편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