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당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즉시 가동을 지시했다. 전날 “내란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명령과 시대적 요구는 내란 세력을 하루빨리 발본색원해 뿌리를 뽑으라는 것”이라며 대야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당 대표 선출 이후 ‘개혁’이란 단어를 내세워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으로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그는 “당원 중심의 민주적 정당을 건설하라, 강력한 개혁으로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라, 내란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강력한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국민과 당원의 명령”이라고 했다. 당대표 회의실에는 ‘내란 세력 척결, 강력한 개혁’ 등 문구를 내걸었다. 앞서 현충원 참배 때 방명록에도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썼다.
정 대표는 이날 당내 검찰·언론·사법 개혁 특위 위원장으로 각각 민형배, 최민희, 백혜련 의원을 임명했다. 각 분야 강경파를 전진 배치했다는 평가다. 재선의 민 의원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을 선제적으로 발의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탈당까지 감행하며 법안 통과에 총대를 멨다. 재선인 최 의원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언론 문제에 있어선 강성 목소리를 내왔다. 3선의 백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등을 지냈다.
정 대표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약속드린 대로 (10월 초)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깃발을 높이 들고, 때로는 제가 앞장서서 갈 테니 저를 따라주시고, 때로는 국회의원들이 앞장서면 제가 뒤에서 엄호하면서 한 덩어리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끄는 검찰 개혁은 사실상 검찰 해체, 언론 개혁은 징벌적 손해배상, 사법 개혁은 대법관 증원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날 정 대표가 당대표 취임 1호 법안으로 ‘방송법’을 정하고 국회 본회의에 이를 상정한 것도 언론 관련 입법에 대한 강한 의지로 풀이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독재대응특위를 발족하고 “정 대표의 3대 개혁은 대대적인 정치적 공세를 예고한 것”이라며 “이러한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힘을 협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 대표로 취임하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이 관례지만, 제1 야당 수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일정을 아직 잡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정치가 복원되기 위해서는 제1 야당을 자처하기 전에 내란 세력과 제대로 결별하는 게 먼저”라며 “대화와 타협은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고 건강한 보수로 돌아온 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관계에 대해선 원팀 기조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선출을 축하하러 온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만나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책임감 있고 진중하게 당·정·대 원팀을 만드는 데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건넸고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당선 직후 통화한 일을 언급하며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정 대표가 처음 주재한 이날 당 회의에선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정 대표와 함께 선출된 황명선 최고위원은 “특검의 윤석열 체포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할 것을 제안한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법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온갖 추태를 부리는 내란 수괴에게 매섭고 무거운 법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