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월 4일 본회의에서 ‘방송 3법’ 처리를 예고하면서 “방송 3법은 정권에 따라 공영 방송이 휘둘리지 않고, KBS·MBC·EBS 등 공영 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방송 3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민노총 산하 언론 노조 등 친여 진영 인사들의 입김을 크게 늘리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 3법은 각각 KBS·MBC·EBS 이사 선임과 사장 추천 등을 규정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말한다.

그래픽=김현국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정치권과 임직원 과반수(기자·PD·기술직 등), 언론 학회, 법조인 단체 등으로 나눴다. KBS의 경우 이사 숫자를 현행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6명은 국회에서 추천한다. 나머지 9명은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추천 3명, 방송 미디어 관련 학회 2명, 변호사 단체 2명으로 나눠 놨다. 임직원 추천 인사와 방송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 등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 민변 등이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실상 노조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섭단체 추천 몫도 의석수에 따라 비율을 나눠, 현재 의석수로 보면 민주당이 4명, 국민의힘이 2명 추천하게 해놨다.

야권은 ‘대통령은 추천일로부터 14일 내에 KBS 이사를 임명해야 하고 기간 경과 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고 “대통령 임명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영방송 임직원 단체와 언론노조, 민변 등이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현재의 여당 성향의 인사들이 좌지우지할 것이란 얘기다. 이인철 변호사는 30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의 방송 3법 위헌성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공영방송 인사권과 감독 권한을 박탈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野 '방송3법 위헌성' 토론회 - 구종상(왼쪽 셋째)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상임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이 주최한 '방송3법 위헌성 긴급진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성원 기자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린 MBC·EBS도 유사한 구조다. 이렇게 구성된 새 이사진은 임기 3년에 3년을 더 할 수 있게 ‘연임’ 규정도 뒀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 성향 공영방송 이사진을 장기 집권시켜 계속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100명 이상)에서 추천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 100인’의 구성 요건이 ‘성별·연령·지역 다양성’ 외에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역시나 임직원 단체와 노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방송 3법이 시행되면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진은 임기가 남아 있어도 3개월 내 옷을 벗어야 하고, 새로 꾸려진 이사진 임기는 최대 6년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정부의 5년 임기가 끝난 뒤 정권이 바뀌더라도 친여 성향 이사진이 공영방송을 계속 장악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방송 3법에 가장 큰 걸림돌은 내년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이다. 방송 3법이 시행되더라도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임명 제청권을 가지고 있고, 방통위가 규칙으로 지정한 학회나 변호사 단체 등이 이사 추천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에선 ‘이진숙 몰아내기’ 법안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 이진숙 위원장이 법적으로 문제도 있고 논란이 돼서 저희가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며 “논의를 곧 시작해서 9월 안에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현 의원의 경우 지난 28일 방통위를 없애고 시청각미디어통신위를 새로 만드는 법안을 냈다. 방통위가 없어지면, 이 위원장의 지위도 상실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 때 민주당의 방송 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등에선 방송 3법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법안이라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 청구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방송 3법 개정으로 언론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방송3법은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을 방지하고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오히려 정치권과 구조적 거리두기를 의도한 법안이다”라고 밝혔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