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연일 사법부를 향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한 데 이어 당대표 후보들이 나서서 법관 외부 평가제를 도입하고 판사를 겨냥한 법 왜곡죄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야권에선 “입법부가 사법부를 뒤흔들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8·2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후보는 28일 법관 외부 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추천 5명, 법률가 단체 추천 5명, 법원 내부 5명 등으로 구성된 법관평가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 중 국회 몫은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추천하게 돼 있어 민주당이 다수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법관평가위가 법관들의 근무 평정을 맡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연임·보직 및 전보 등 인사 관리에도 반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내란 동조 세력이 여전히 재판부 내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사법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임기 초 3개월 안에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전날 TV 토론에서 대법관 30명 증원도 재차 주장했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은 당내 강경파가 대선 직후 밀어붙이다가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부작용 우려가 나와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박찬대 후보는 이날 법을 왜곡하는 판사를 처벌하겠다며 ‘법 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판사가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해 판결 또는 결정을 내리면 7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박 후보는 법안 제안 설명에서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법 정의에 반하는 판결을 하는 행위에 대해 확실하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앞서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에 대해선 “언제까지 판사 몇 명의 재판봉에 대한민국이 휘둘려야 하느냐”며 “판사처벌법, 사법 개혁으로 법비(法匪)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도 ‘3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연이어 기각한 것을 두고 “법사위원장으로서 경고한다. 사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특별재판부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법원이 자신들은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법원을 직접 압박했다. 여권 일각에선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배경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는 이를 조 대법원장과 지 부장판사의 사법 농단·사법 내란 의혹으로 규정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는데,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의원 120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 후보 측은 법관 평가제 신설과 관련해 “지 부장판사의 윤석열 구속 취소 및 특혜 제공 의혹,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등 사법부의 편파적 재판 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겨냥해 “종전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면 정치 검찰의 공범이 될 것이고 진실을 밝힌다면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치검찰TF 소속 김현철 변호사는 회의에서 “김성태의 의중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성태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TF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중지됐지만 이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대법원에서 7년 8개월의 유죄를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으로 규정하고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