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당내에 조세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면서 증세(增稅) 기조를 공식화했다. 윤석열 정부 때 이뤄진 감세 조치를 원상 복구해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는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정부·여당으로서 부담이 되는 정책이다. 민주당은 증세가 불가피하게 된 원인을 윤석열 정부로 돌리면서 법인세 인상 등을 ‘조세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세 정상화’로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세수 파탄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회복세에 이어 성장세를 만들어야 하는데 윤석열이 또 발목을 잡는다. 국가 재정이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며 “비뚤어진 조세 기틀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전담 기구로 당에 조세제도개편특위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등 내용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도 이러한 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부자 감세 기조로 인해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세수가 부족해진 부분도 있다”며 “조세 형평성의 회복이고 조세 정상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간사들과의 만찬에서 “지난 정부가 재원을 소진해 재정 여건이 많이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도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재계 “통상 타결 위해 정부는 손 내미는데… 與는 기업 옥죄기 급급”

김 원내대표는 “특위를 중심으로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논의를 당내에서 뒷받침하는 성격의 기구”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세제 개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다시 올리고,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과거의 10억원으로 되돌리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 개편안에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도 포함됐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상장사에 한해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따로 떼어 내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감세’ 방안이다. 이에 대해 여당 지도부에서 “극소수의 재벌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돼 도입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또 노란봉투법, 상법 추가 개정 등 재계에서 우려하는 다른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정부가 대미 통상 협상 타결을 위해 기업들에 손을 내미는데, 여당은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최근 공포된 상법 개정안에 이어 ‘상법 2차 개정안’도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1차 개정안에서는 빠진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이다.

재계에선 집중투표제가 외국계 헤지펀드의 기업 사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상법 추가 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법안도 잇달아 발의해 놓고 있다.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정부가 법안 내용 일부 수정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진보당·정의당 등 진보 야당과 민주노총은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기자회견을 열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증세 논의에 대해 “여야 합의로 인하된 세율을 다시 올린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작년 법인세를 1%포인트 내리기로 여야가 합의해 세율을 조정했다”며 “세수 부족에 정부가 고민하는 건 이해하지만, (세율 인상은) 재고하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