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가운데)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참석을 마치고 회의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인적 쇄신 등의 내용을 담은 자신의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 반응에 대해 “다구리(뭇매의 속어)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했다./남강호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 반응을 두고 “다구리(뭇매의 속어)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 최고위원회 폐지, 당의 과오를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등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윤 위원장이 ‘다구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당 지도부가 이 같은 혁신안에 부정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명 5일 만에 사퇴한 안철수 혁신위원장에 이어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쇄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구리’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도 논의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인적 쇄신을) 발표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했다”며 “그것을 다구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당대표를 일반인 여론조사 100%로 뽑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현재 당원 투표 80%, 일반인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당대표를 뽑는다. 일부 참석자는 “당원 중심이라는 혁신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 위원장이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데 대한 파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윤 위원장에게 “혁신위원들과 상의 없이 발표한 내용은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인사청문회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도 고려해서 (혁신안을) 발표해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핑계 대면 혁신은 할 수 없다”고 맞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열리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명을 거론하는 고강도 처방을 한 것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당을 이끌어온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37명의 중진이 불출마 선언으로 당을 소생시켰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우리의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전날 윤상현 의원은 윤 위원장에 대해 “저를 치라”고 했고, 장동혁 의원은 “오발탄”이라고 했다.

공무원시험 강사 출신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 연사로 참여해왔다. 전씨는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저의 지지자들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끌어안는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8월 하반기에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전씨 입당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친길계(친전한길) 대표로 당을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했다. 대선 기간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도 “당 지도부는 계엄 옹호 세력이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도록 결단하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전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달라”며 “어떤 당원이라도 당헌 당규에 명시된 당원의 의무를 어긴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들이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에 선출되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들은 임기는 1년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구주류가 다시 한번 당 주도권을 움켜쥔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