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 중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16일 첫 TV 토론회를 가졌다. 대표적 강경파인 정·박 의원은 한목소리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 의원은 “싸우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고, 박 의원은 “협치도 필요하다”며 여당 대표로서의 역할론에서 차이를 보였다. 전당대회의 첫 순회 경선은 오는 19일 충청에서 열린다.
이번 당권 경쟁은 누가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더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투표 55%, 대의원 투표 15%,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이에 정 의원은 정부에만 부여된 정당 해산 심판 청구권을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서도 가능하게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냈고, 박 의원은 내란·외환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소속됐던 정당은 국고 보조금을 못 받는 내용 등이 담긴 내란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국회에 냈다.
두 의원은 이날 SBS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추석 전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박 의원과 나는 검찰 개혁에 대해 단 0.1㎜의 차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박 의원도 “이르면 8월 중에라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두 의원은 ‘당원 중심 정당’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려면 가야 한다.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 균형 외교를 펴야 한다”며 “대통령은 실사구시형 지도자라 가리라 본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도 같은 대답”이라며 “중국과 척질 이유 없다. 국력 믿고 배짱 있게 외교해야 한다”고 했다.
두 의원은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차이를 보였다. 정 의원은 “협치는 합리적인 사람들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불합리하게 어거지 쓰고 발목 잡는 것은 강력하게 표결 처리하고 돌파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박찬대 운영위원장의 모습을 선호하느냐,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모습을 더 선호하느냐”고도 했다. 자신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일 때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주도한 점을 강조했다.
반면 박 의원은 “강하지만 좁은 당대표는 여당이 아닌 야당 대표”라며 “잘 싸우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거칠고 서툰 개혁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울 땐 싸우되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협치는 포기하지 않지만,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경전도 오갔다. 박 의원이 이 대통령과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사이”라고 하자, 정 의원은 “저는 눈빛을 안 봐도 안다. 20년 정도 같이 지냈기 때문에”라고 받아쳤다.
현재 여론조사에선 정 의원이 당원 민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갤럽의 지난 3일 조사에서 정 의원이 32%, 박 의원은 28%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정 의원 47%, 박 의원 38%였다. 박 의원이 정 의원을 조금씩 따라붙는다는 조사도 있다. 여론조사 꽃의 지난 11~12일 조사 결과, 정 의원이 30.2%, 박 의원은 24.1%로 2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정 의원은 2.1%p 감소했고, 박 의원은 2.8%p 올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 안팎에선 “결국 ‘명심(明心)’이 좌우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등과의 오찬에서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 측은 “전당대회 마지막까지 민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정 의원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당내 의원 상당수가 박 의원을 지지하고, 당원 민심도 따라붙고 있다”며 “누가 더 이재명 정부를 잘 보조할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