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질병관리청장(2020~2022년) 재직 시절, 배우자와 함께 생활비로 연평균 662만원을 지출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와 의사인 배우자가 한 달에 55만원으로 생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 부부의 수입과 지출 일부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 부부는 기부금을 제외하고 2020년에 595만원, 2021년에 436만원, 2022년에 954만원을 지출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카드 사용액과 현금 영수증 발급액을 합친 신고액이다. 특히 배우자는 카드 사용액으로 2020년 131만원, 2021년 11만원, 2022년 0원을 신고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서면 답변에서 “배우자가 2020~2022년은 경남 창녕 요양병원에서 근무했으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병원 내 숙소와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했고, 일부 현금을 사용했다”고 했다. 또 배우자가 2020~2022년에 카드 지출 468만원이 있었으나 연말정산에 미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포함하더라도 정 후보자 부부의 지출은 이 기간 연평균 815만원, 월평균 68만원에 불과하다. 정 후보자가 공직에서 물러난 이듬해부터는 부부의 지출이 연 4300만원 이상으로 늘었다.
정 후보자의 두 아들은 대전 소재 건축 회사 ‘라움플랜’의 비상장 주식을 1억2500만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각각 24·23세였던 2017년 부모에게 2500만원씩을 증여받아 투자했고, 2023년 유상 증자에도 참여했다.
정 후보자는 질병관리청장 때인 2021년 재산 신고에서 장·차남의 라움플랜 주식(당시 9375만원)과 관련해 “지인(친구) 소개로 매입했다”며 “회사 경영 실적이 저조해 실질적 가격은 0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장관 후보자 지명 후 국회에 낸 서면 답변에서는 “라움플랜은 주주가 4명인 소규모 가족 회사로 대표자는 남편의 동생”이라고 밝혔다. 가족 기업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자가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던 시절, 정 후보자 남편이 손 소독제 원료 기업 ‘창해에탄올’ 주식을 보유하고, 정 후보자가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17년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남편이 당시 창해에탄올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았고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장이던 2021년에는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국회 서면 답변에서 “창해에탄올 주식이 코로나 관련주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심사에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 주식은 강제 매각되는데, 정 후보자가 심사 신청을 아예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가족 농지법 위반, 위장 전입 문제도 다룰 전망이다. 정 후보자 배우자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농지 5487㎡(약 1660평)를 보유하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의 농지 보유는 원칙적으로 불법인데,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며 인천 병원에서 일하는 정 후보자 배우자가 실제 농사를 지었느냐가 의혹의 핵심이다. 정 후보자는 “해당 농지는 배우자가 공보의로 근무한 지역”이라며 “배우자 중심으로 가족이 농사를 지었고, 친구들과 현지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1992년 8월부터 1999년 6월까지 약 7년간 서울 중랑구에 실거주했으나 노원구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자녀 진학이나 투기 등의 목적은 없었다”고 했다. “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고 나중에 들어가 살려고 주소를 (노원구로) 이전했는데, 임차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전세 계약을 해지하지 못해 부득이 (중랑구) 다른 아파트를 매입해 거주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 측은 재산 등 다른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