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엔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 합산 의결권 3% 제한, 사내 이사 명칭을 독립 이사로 변경,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주가 부양을 위한 상법 개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3년 10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3200을 돌파했다”며 “한국 증시의 훈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 구조 개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 2차 개정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추가 상법 개정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르면 23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민주당의 ‘2차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방안이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여러 표를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 대주주에 대한 견제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9월 정기국회 때 주가 부양을 위해 관계 법령 개정안들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3차 상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자사주 소각’ 등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가엔 호재(好材)로 작용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업 지배 구조를 계속 개선해야 주가가 더 오른다”고 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도 9월 정기국회 때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모회사가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공모주 일부를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쪼개기 상장을 통해 모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자회사 지분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합병 비율 공정성 개선, 의무 공개 매수 확대 등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들도 처리하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는 민주당의 초고속 ‘주가 부양’ 입법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재계는 ‘자사주 의무 소각’과 관련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경영권을 강제로 뺏으려는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를 막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등도 자칫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이사회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재계 반발을 다독이기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상법 개정안과 형법상 ‘경영 판단’은 배임죄 면책 사유에 해당하게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배임죄 남용이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전략적 판단과 투자 유인마저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배임죄 완화는 재계가 “상법 개정으로 배임 관련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며 국회에 강력히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 정도의 찔끔 보완책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외처럼 ‘차등 의결권(한 주당 의결권 복수 부여)’ ‘포이즌필(시가보다 싸게 지분 매입 권리 부여)’ 등 추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