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단독 처리하면서, 야당 시절이던 작년 말 자신들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등의 특수활동비를 복원했다. 당시 민주당은 특활비 삭감이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집권하자마자 이를 부활시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후안무치이며 내로남불”이라고 했고, 대통령실은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 특활비 41억원을 증액했다. 야당 시절이던 작년 11월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 중 절반을 되살린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상반기는 지났기 때문에 올해 편성됐다가 삭감된 특활비 예산 82억원 중 절반을 증액해 올 하반기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격려금·축의금·조의금·전별금이나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국가안보실의 보안 활동 등에 쓰인다. 민주당은 작년에 “용처를 알 수 없다” “불필요하다”며 이를 전액 삭감했다. 전임 정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반발하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특활비를 깎았다고 나라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이 필요하다”며 이를 2차 추경에 포함시켰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이) 특활비를 깎은 것은 맞다”며 “당시 속된 말로 ‘일도 안 하고 술만 마시면서 무슨 특활비까지 쓰느냐’ 이런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해 ‘특활비가 없다고 국정이 마비되느냐’고 하더니 정권을 잡고 나서는 갑자기 ‘특활비가 없어 일을 못 하겠다’고 나온다”며 “국민 사과 없는 특활비 부활 시도를 즉각 멈추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해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 특활비와 함께 전액 삭감됐던 검찰·경찰·감사원 특활비도 되살렸다. 작년 말 삭감된 특활비는 검찰 80억원, 경찰은 31억원, 감사원 15억원이었는데, 기관마다 그 절반씩 복원시켜 올 하반기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는 “검찰 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애초 검찰 특활비도 다른 특활비처럼 바로 복원하려 했는데, ‘검찰 해체 4법’을 발의한 김용민·민형배·장경태 의원 등의 반발로 이같이 수정했다.
수사·감사기관의 특활비는 마약·사이버 범죄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정보·감사 활동에 쓰인다. 민주당은 작년에 “영수증 처리도 안 하는 쌈짓돈”이라며 이를 삭감했고, 법조계 등에선 “민주당을 상대로 한 수사·감사가 이어지자 보복 차원에서 특활비를 없앤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활비 삭감으로 마약·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대한 검거율이 감소하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민주당도 자신들의 삭감 논리가 억지였다는 걸 시인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