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회복 소비 쿠폰’으로 국민 1인당 15만~55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687조1000억원에서 703조3000억원으로 16조2000억원 늘어난다. 올해 세입 계획을 10조3000억원 줄인 세입경정을 포함한 전체 추경 규모는 31조8000억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밤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추경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82인 중 찬성 168표, 반대 3표, 기권 11표로 가결시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막바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야당 시절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되살리는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개별 지역 개발 사업 예산은 추경안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추경으로, 정부 기존 사업 예산 가운데 6조4000억원을 삭감하고 이른바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등 새로운 사업에 쓸 예산으로 22조6000억원을 증액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낸 추경안은 총지출을 702조원으로 14조9000억원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2조4000억원이 추가로 증액되고 1조1000억원이 추가로 감액되면서 총지출 확대 폭이 커졌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7000억원으로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는 1301조9000억원으로 21조1000억원 더 늘어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4%에서 49.1%로 0.7%p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는 국민 5117만명에게 1인당 15만~55만원씩 총 13조8000억원을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명목으로 지급하게 된다. 정부는 13조2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급액을 6000억원 늘렸다.
소득 상위 10%인 512만명에게는 15만원, 일반 국민 4296만명에게는 25만원, 차상위 계층 38만명에게는 40만원, 기초수급자 271만명에게는 50만원이 주어진다. 여기에 추가로 농어촌 인구 감소 지역 거주 국민에게는 5만원, 비수도권 거주 국민에게는 3만원이 주어진다.
정부는 소비 쿠폰 13조2000억원 가운데 10조3000억원은 중앙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했으나, 민주당이 중앙정부 부담분을 1조2000억원 늘렸다. 국회가 소비 쿠폰 지급을 위해 정부가 추가로 부담하게 한 금액은 지급액 6000억원 확대와 중앙정부 부담분 확대를 합해 1조8000억원이다.
정부는 또 이번 추경을 통해 건설 경기 부양에 2조7000억원, 소상공인 채무 탕감에 1조4000억원,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 대상 인원 확대에 1조3000억원, 신산업 분야 투자에 1조3000억원을 쓰게 된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과 감사원, 검찰청, 경찰청의 특수활동비도 105억원 복구됐다. 대통령실 특활비로 41억2500만원이 배정됐다.
추경안 토론에 나선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사실 좀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면 이제 국민께 금번에 부활하는 대통령 특활비를 어떻게 설명해야겠느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민주당에 “41억2500만원의 (대통령실) 특활비를 확보하시라. 그러나 국민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부탁드린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국민의힘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서 정부 총지출을 추가로 늘리는 것을 반대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로 생긴 세수 펑크가 작년 한 해만 31조원, 2년간 87조원인 것을 생각하면 (국회에서 1조3000억원을 더 쓰기로 한 것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한 숫자”라고 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병들게 한 경제, 민주당이 긴급 처방이라도 해서 살리겠다는데 무슨 염치로 증액 불가를 운운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