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원장은 3일 “시급한 혁신안(案)은 차기 지도부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먼저 의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본지에 “매주 회의를 거쳐 주기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날 안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데 대해 당 안팎에선 “혁신위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활동하고, 혁신안도 새 지도부에 제안해, 수용하는 쪽으로 전개되지 않겠나”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안 위원장은 이날 당장 처리할 혁신안은 송언석 비대위 체제에서 확정하고, 장기 과제는 새 지도부에 요청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도 혁신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과 얽힌 관계 정리에 대해 안 위원장은 “그것도 혁신위를 거쳐서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면서 “(향후) 혁신위원들과 의논해 봐야겠지만, 결국 그 문제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고 했다. 또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을 비정상적으로 바꾸어 놓은 부분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혁신위에서) 정상화하겠다”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중도층·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혁신위원에는 소장파 의원, 수도권 당협위원장, 호남 인사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서 “희망하는 분이 너무 많아서 곤란을 겪고 있다”면서 “저를 포함해 7명 정도가 적당하지 않겠나. 위원장, 현역 의원 2명, 원외 당협위원장 2명, 외부 인사 2명 정도가 된다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7월 말 정도면 본격적으로 특검이 가동되면서 당의 위기감이 고조될 시기”라며 “혁신안에 대해서는 비대위에서도 받아야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혁신위와는 별개로 ‘대선 백서 TF(태스크포스)’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대선 백서를 전체적으로 주관할 분은 외부에서 모셔오겠다”며 “백서팀은 과거에 대한 전체적인 성찰을 담당하고, 혁신위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또한 “가능하면 7월 말 휴가 기간 전에는 (대선 백서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신임 사무총장에 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 의원을 임명했다. 또 전략기획부총장에 구자근(재선·경북 구미갑) 의원, 조직부총장에는 서지영(초선·부산 동래) 의원을 발탁했다. 홍보본부장은 이상휘(초선·경북 포항남·울릉) 의원이 맡기로 했다. 또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정재(3선·경북 포항북구)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추인했다.
이날 발표한 주요 당직자는 모두 영남권 지역구 의원이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혁신위는 수도권 중심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데, 정작 당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영남 일색”이라면서 “이대로라면 혁신위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