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검찰 개혁’의 속도와 수위를 두고 온도 차를 노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장 검찰청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크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청래·박찬대 의원도 강성 지지층 표심을 의식해 “추석 전 검찰 개혁 완수”를 외치고 있다.
반면, 민생·경제 문제 해결이 급선무인 정부와 대통령실은 ‘검찰 개혁’ 이슈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해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김용민·민형배·장경태 의원 등은 2일 국회에서 ‘검찰 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세 사람은 이른바 ‘검찰 해체 4법’을 발의한 의원들이다. 검찰 해체 4법은 검찰청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설치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기소와 재판 업무로 한정하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검수완분(검찰 수사권 완전 분쇄)’을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던 김필성 변호사는 이날 발제문에서 “문재인 정권 초기처럼 검찰에 일부 수사권을 남겨둘 경우 언제든지 검찰 개혁의 역행이 벌어질 수 있다”며 “검찰 개혁은 ‘조직으로서의 검찰’을 분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천동설’과 ‘지동설’을 언급하며 “검사만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해야 된다는 것도 절대 불변이 아니다”라고 했다. 황 교수는 발제문에서 “검찰의 모든 수사 인력은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선 ‘검찰 개혁’ 문제가 당대표 선거와 얽히면서 ‘선명성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청래·박찬대 의원은 이날 검찰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정청래 의원은 “검찰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며 “시간을 끌면 반격의 시간만 허용한다”고 했다. 박찬대 의원은 “9월까지 검찰청을 해체하겠다”며 “다시는 검찰이 권력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필요하다’는 입장은 민주당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권을 재배치하는 문제는 우리나라 형사 사법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인 만큼, 면밀한 준비를 통해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내 합리·온건파인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봉욱 전 대검 차장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의중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본지에 “검찰 기구 개편은 필요하나 검찰 해체는 아니다”라며 “야당도 납득할 수 있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경찰 수사 지휘, 검사의 영장 청구 등 디테일로 들어가면 서둘러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 수사’에 검찰을 활용하다가 검찰의 ‘조국 수사’를 계기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게 결국 윤석열 검찰 정권의 탄생을 만들어 준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제1 과제는 어려운 민생·경제 회복이고 가시적인 성과도 내야 한다”며 “정권 초기부터 ‘검찰 개혁’ 문제로 국론이 쪼개지면 국정 동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대신 ‘정부안’을 마련해 ‘검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입법은 즉각 발의가 가능한 의원 입법에 비해 부처 간 협의, 입법 예고,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국회 제출이 가능해 시간이 걸린다. 이럴 경우 당내 강성 의원들이나 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