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논의했지만 “더 협의하기로 하자”며 의결을 미뤘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친여 성향 인사를 이사진에 대거 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 등 여권 일각의 속도 조절론 때문에 일단 보류된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관련 법안을 심사했지만 추가 논의키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장·간사를 맡아온 최민희·김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방송 3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해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방송 3법 관련) 당내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했고, 또 어디와 조율 중이냐는 물음에 “언론노조 및 시민사회”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방송 3법 처리에 속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강행 처리만 능사가 아니라 이후 법안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선 여야 합의 처리가 중요하고 그런 요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야당의 반대가 거셀 수 있어 법안 처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위원장은 “방통위 폐지 법안을 대통령실과 조율한 바 없다. 끌어들이지 말라”며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다 전문적 식견과 방송 공공성을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법안을 준비한다”고 했다.
방송 3법은 주요 방송사 사장과 이사회 구성 요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방송 3법 중 이훈기 의원안을 비롯한 법안들의 경우 부칙을 통해 법 시행 후 2개월 안에 기존 공영방송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도록 했다. 방송 3법은 2023년 11월과 지난해 7월 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 과방위는 다음 달 4일 종료되는 6월 임시회 안에 방송 3법 처리는 어렵지만, 이날 법안심사소위에 제출된 민주당 단일안을 7월 임시회에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현 의원은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일안을 마련해 보고했고 국민의힘은 ‘기존의 방송 3법을 토대로 입장을 피력하겠다’고 해서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6월 임시회 기간인 7월 4일까지 처리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건 어렵다”며 “국민의힘이 보다시피 퇴장해 버리지 않나. 방송법만 상정이 되면 논의에 충실하지 않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3법과 관련해 수십 가지 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이날 제출된 단일안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치권 추천 비율은 50%로 낮추고 시민사회 비율을 늘리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