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1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편 법안들을 무더기 발의했다. 이들은 “검찰 개혁은 더 미룰 수 없고 늦어져서도 안 된다”며 “3개월 내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검찰 개편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성급한 수사기관 개편에 따른 문제로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 등이 이날 발의한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핵심은 기존 검사에게 부여된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을 신설해 맡긴다는 내용이다. 대신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되는 중수청에 부여해 부패·경제·공직자 범죄 등 수사를 담당하게 했다. 또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를 설치해 중수청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관할과 업무 조정, 관리 감독을 맡기겠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은) 저희 의견이고 아직 정부와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된 내용인 만큼,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른바 ‘검찰 개혁안’이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들을 심사하면서 추후에 당론으로 모으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도 이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의원은 “검찰 개혁과 함께 사법 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당기겠다”고 했고, 서영교 의원은 “내란 종식을 위해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 6개월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찰 개편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 변호사는 “행안부 아래에 중수청을 둔다는 것은 검찰을 경찰과 같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수사가 정권에 휘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현직 검사는 “형사 사법 체계를 통째로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을 속도전만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전직 검사장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면 수사도, 공소 유지(재판)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해체되면 검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수사 능력도 와해될 것이란 얘기다.

정치권에선 국가수사위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수사기관 감사, 사건 수사의 적정성 점검, 수사 결과에 대한 심의 신청 처리, 수사 담당 공무원 감찰 및 징계 요구 등이 업무 내용에 적시됐고, 또 이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청문회 개최·현장 조사, 수사 관련 법령 제·개정 등 권한까지 주어졌기 때문이다. 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해 집권 세력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수사 지휘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장치도 없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