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을 앞두고 초대형 특검법을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처리를 예고한 3개의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해병대원특검법)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면 최소 100명의 검사가 동원돼 여러 특검이 동시에 수사하는 전례 없는 사정 정국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제 수사하는 특검법도 검토 중이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한 것이 ‘사법 쿠데타’라는 이유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가 8일 보류했지만,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특검법 3개를 처리해 본회의에 올렸다. 대선을 전후해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통과시킨 특검법들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특검법이 그대로 시행된다.

그래픽=김성규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특검은 규모 면에서 이전 정권의 특검을 압도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행위 진상 규명 특검법’은 파견 검사만 40명이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의 파견 검사가 20명이었는데, 2배 큰 특검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파견 검사 40명에 수사관 80명, 파견 공무원 80명까지 전체 규모는 200명에 육박한다.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의 파견 검사는 13명이었다.

◇‘대법원장 특검법’도 검토… 어제 발의하려다 일단 보류

내란 특검법이 수사하게 될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이미 검찰과 경찰, 공수처, 군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은 “검찰총장의 내란 행위 가담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높아져 합리적·객관적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계엄 선포와 내란 무장 폭동에 가담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건진 법사’ 전성배씨 등의 국정 농단과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법’도 파견 검사 수가 40명이다. 2023년 집중호우 때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법은 파견 검사 수가 20명이다.

이 세 특검만 시행돼도 파견 검사는 100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100명이면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큰 대형 검찰청 하나가 신설되는 격”이라며 “검사들이 특검에 불려 가면 일선의 민생 사건 수사에 공백이 생기고 차질이 클 것”이라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까지 추진할 경우 파견 검사는 20명가량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특검 활동 기간도 역대급으로 길다.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은 준비 기간(20일)과 수사 기간(70일)을 합쳐 90일, 여기에 1회에 한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0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준비 기간 20일에 수사 기간이 90일, 또 30일씩 2회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70일 동안 특검 수사가 가능하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도 최장 140일 수사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특검 때 수백 명이 조사를 받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장·차관, 수석비서관, 재벌 오너 등 30여 명 넘게 기소됐다”며 “검사 100명이 반년 가까이 수사하면 훨씬 파급이 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모든 특검법에서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원내 제2당인 국민의힘은 빠지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특검이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도 넣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이 찬성할 때 제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특검법에서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과 특검법을 함께 발의한 조국혁신당 등의 의석을 합치면 180석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