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지만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몸을 낮춘 로키(low key) 전략으로 선거전에 임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경쟁 후보에 대한 공격은 거의 하지 않고 정책 공약 발표에 주력하고 있다. 공약도 논란이 크지 않은 민생 공약이나 지역 숙원 해결용 공약 등을 우선 발표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견제 심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최근 경선이 시작되자 충청·영남 지역 공약과 문화 예술, 장애인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후보는 19일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헌법 개정 등 난관도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일 영남권 순회 경선 정견 발표에선 “김동연 후보님이 말씀하신 내 삶의 선진국을 함께 만들어 보자” “김경수 후보님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비전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했다.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두 김 후보 공약을 포용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문화 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문화 분야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발달·정신 장애인 돌봄 국가 책임제를 실시하겠다”며 장애인 정책을 내놓았다. 대부분 민주당 안에서 이견이 없는 공약들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 재임 시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예외’ 적용 같은 쟁점 이슈와 관련해 전통적인 당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던 것과 달라진 흐름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당내 잡음이나 논란을 굳이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진행된 민주당 대선 경선 첫 TV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들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동연 후보가 2022년 대선 후보 단일화 당시 이 후보가 했던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자,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해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직접적인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경선을 치러나가면 유권자의 견제 심리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본선에 대비해 당내 경선에선 잡음이나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